인간 신체와 기계의 경계는 어디인가? 몸짓으로 풀어낸 모빌리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9일 14시 04분



중력을 거스르는 몸짓, 러닝머신 위를 구르고 뛰노는 춤, 마치 묘기를 보는 듯 갖가지 생활 소품을 활용한 고난도 동작까지. 이들은 인간의 신체로 도대체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신체의 움직임에 천착해 인체와 사물의 접점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현대무용단 멜랑콜리댄스컴퍼니가 다음달 7,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신작 ‘모빌리티’를 선보인다. 2022 문화예술위원회의 신작 발굴 프로그램인 ‘창작산실’에 선정된 작품이다.



작품의 안무를 맡은 건 무용단의 정철인 안무가(32). 그는 ‘비행’ ‘0g’ ‘초인(위버멘쉬)’ 등 안무작에서 삶의 속도, 리듬감, 무게감을 변주하며 다채로운 메시지를 몸에 녹여내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만난 그는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활동 범위가 넓은 동물이다. 우리 삶 속에도 수많은 이동수단이 있는데 ‘모빌리티’에선 이를 인간 신체의 연장선으로 해석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갖가지 소품, 기계를 활용해 몸의 언어를 구사해왔다. 이번에는 ‘이동’ ‘움직임’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스케이트보드가 등장한다. 무용수들이 이를 의족처럼 활용해 걷기도 하고 굴러가는 보드 위에 몸을 잠시 싣기도 한다. 정 안무가는 “사실 이동하면 자동차가 떠올랐지만 무대 위에서 쓸 수 없어 스케이트보드를 택해 ‘확장된 다리’처럼 활용했다”고 했다. 이어 “바이러스도 인간의 이동에 의해 확산한다. 팬데믹 이후에는 모빌리티의 개념도 변하고 확장할 것이라 본다”며 기획 의도를 부연했다.



2016년 직접 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선보인 여러 안무작들이 호평 받았다. 그는 “수많은 경연에서 ‘1등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작품에 가득 묻어났다. 지금은 좀 더 편안한 맘으로 관객이 작품에서 희열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여러 공연이 무산되자 빠르게 시야를 돌려 무용수들과 ‘댄스필름’ 제작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무대든 댄스필름이든 어떤 새로운 움직임을 발견하고 찾아냈을 때 모든 게 달라보이기 시작하고 짜릿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안무를 뽑아내는 유쾌한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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