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댄스컴퍼니 ‘모빌리티’, 내달 7, 8일 대학로예술극장서
“이동수단을 신체 연장으로 표현”
중력을 거스르는 몸짓, 러닝머신 위를 구르고 뛰노는 춤, 마치 묘기를 보는 듯 갖가지 생활 소품을 활용한 고난도 동작까지…. 무용수들은 인간의 신체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인체와 사물의 접점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현대무용단 멜랑콜리댄스컴퍼니가 내년 1월 7,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신작 ‘모빌리티’를 선보인다. 2022 문화예술위원회 신작 발굴 프로그램인 ‘창작산실’ 선정작이다.
안무는 무용단 소속 안무가 정철인(32·사진)이 맡았다. 그는 ‘비행’ ‘0g’ ‘초인(위버멘쉬)’ 등 전작에서 리듬감, 무게감을 변주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안무에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용계가 주목하는 젊은 안무가 중 한 명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만난 그는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활동 범위가 넓은 동물”이라며 “우리 삶 속에도 수많은 이동수단이 있는데 ‘모빌리티’에선 이를 인간 신체의 연장선으로 해석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갖가지 소품, 기계를 활용해 몸의 언어를 구사해 왔다. 이번에는 ‘이동’ ‘움직임’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스케이트보드가 등장한다. 무용수들이 이를 의족처럼 활용해 걷기도 하고 굴러가는 보드 위에 몸을 잠시 싣기도 한다. 그는 “사실 이동 하면 자동차가 떠올랐지만 무대 위에서 쓸 수 없어 스케이트보드를 택해 ‘확장된 다리’처럼 활용했다”고 했다. 이어 “바이러스도 인간의 이동에 의해 확산한다. 팬데믹 이후에는 모빌리티의 개념도 변하고 확장할 것이라 본다”며 기획 의도를 부연했다.
몸을 잘 쓰는 안무가라고 해서 신체 단련에만 집중할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는 작품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조사하며 심혈을 기울인다. 춤에 철학을 담기 위한 그 나름의 노력이다. 정 안무가는 “‘모빌리티’에는 결국 인간이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담긴다고 생각한다”며 “자주 접하는 자동차의 후방카메라는 물론 드론에 달린 카메라도 우리 눈을 대신하는 신체 일부가 될 수 있다. 이 오브제들을 어떻게 무용으로 표현할지 늘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직접 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여러 안무작을 흥행시켰다. 그는 “과거 수많은 경연에선 ‘1등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작품에 묻어났다”며 “지금은 좀 더 편안한 맘으로 관객이 작품에서 희열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여러 공연이 무산되자 빠르게 시야를 돌려 무용수들과 ‘댄스필름’ 제작에도 공을 들였다. 현대무용을 다소 어렵게 느끼는 관객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손짓이자 스스로 새로운 무대를 찾아내려는 시도였다. 그는 “무대든 댄스필름이든 어떤 새로운 움직임을 발견하고 찾아냈을 때 모든 게 달라 보이기 시작하고 짜릿하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안무를 뽑아내는 유쾌한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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