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각자 어떻게 책을 읽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A 출판인은 목차를 먼저 훑은 뒤 핵심 챕터 위주로 읽는다고 했다. B 출판인은 중간 중간 내용을 건너뛰며 책을 읽어 나간다고 했다. C 출판인은 서문이나 맨 마지막 부분을 집중해서 읽는다고 했다. 사실 출판인이면 응당 책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다 읽을 줄 알았는데…. 빠르게 많은 양의 책을 읽어야 하는 만큼 다들 지름길(?)을 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구독자 6만 명의 유튜브 ‘시한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독서 비결을 담았다. 국문학 학사,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저자는 인생을 살며 수천 권의 책을 읽은 다독가. 책을 어렵다고 생각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을 위한 독서 팁이 들어있다.
먼저 저자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분량이 많은 ‘벽돌책’을 무조건 피하게 만든다는 것. 넷플릭스를 보다 재미가 없으면 끄는 것처럼 책도 언제든 덮을 수 있는 콘텐츠라는 얘기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읽어야 흥미를 돋울 수 있다. 먼저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10분 정도 책을 읽어보고 끌리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덮거나 다른 책을 찾자.
저자는 책을 첫 장부터 차근차근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부분을 읽고 난 뒤 나머지 부분을 골라 읽어도 된다는 것. 물론 배경을 천천히 이해하며 읽어야 하는 역사서나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는 소설에서는 앞부분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읽다가 재미가 없어 포기하면 의미가 없다. 재밌는 부분을 찾아 읽고 궁금한 부분을 다시 찾아 읽으면 된다.
책에서 교훈이나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작가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찾는다. 책의 의미가 쉽게 드러나지 않으면 자신의 독서가 잘못된 건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중고교를 거쳐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생긴 이상한 습관일지도 모른다. 어떤 책은 의미보다 재미가 우선일 수 있다. 읽고 나서 좋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어린이가 동화를 재밌어서 읽지 교훈을 찾으려고 읽는가.
누군가는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는 건 잘못됐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예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독서가 직업인 출판인도 책을 다 읽지 않는데 일반인에게 무조건 책을 완독하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
많은 이들이 매년 하는 새해 결심 중 하나가 독서다. 얼마나 운동을 하건 헬스장에 가야 다이어트가 되는 것처럼 올해엔 너무 부담감을 갖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든 책과 가까이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개권유익(開卷有益). 책을 펴서 읽으면 반드시 이로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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