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연출상 등 3관왕
‘붉은낙엽’ 신인연출상 받아 2관왕
“젠더-장애 등 사회 이슈에 대한 창작자들 문제제기 노력 돋보여”
극단 배다의 ‘붉은 낙엽’과 국립극단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가 제5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공동 수상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경미)는 7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해 수상작이 없는 대상과 새개념연극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등 8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예심 심사위원 추천작 21편이 올랐다. 이경미 심사위원장은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시국으로 객석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창작 동력이 떨어진 한 해였지만 일부 작품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특정 극단, 연출, 배우에 대한 관객 쏠림이 심화했다”고 총평했다. 이 위원장은 “젠더, 장애 등 사회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젊은 창작자들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작품상을 받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연출상(임지민)과 연기상(박용우)까지 거머쥐며 3관왕에 올랐다. ‘붉은 낙엽’도 작품상에 이어 신인연출상(이준우)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남성 퀴어 서사라면 으레 떠오르는 어둡고 은밀한 내용이 아닌, 평범하고 발랄하며 때로 넘어지기도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심사위원들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일상으로 내려앉은 웃음의 영역으로 끌고 와 경쾌하게 보여줬다”고 평했다.
‘붉은 낙엽’은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들을 적극 변호하던 아버지가 점점 아들을 의심해 범인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심사위원들은 “실체와 관계없이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 대상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원작의 주제를 밀도 있게 보여줬다”며 “배우들의 연기도 연극적으로 잘 살아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연기상을 받은 황순미 배우(‘홍평국전’)에 대해서는 “남성영웅 무협지를 여성영웅으로 전복시키는 작품에서 주연 ‘평국’을 맡아 남녀 간 경계를 넘어선 연기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박용우 배우(‘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여러 배역을 유연하게 소화해 작품의 받침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붉은 낙엽’으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이준우 연출가는 “희곡이든 소설이든 원작을 무대에서 공간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원작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 무대로 구현하는 능력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룩의 시간’의 박은경 배우와 ‘태양’의 김정화 배우는 나란히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90여 분간 1인극을 펼친 박은경에 대해서는 “장식이 화려하지 않은 무대에서 홀로 여러 배역을 연기하며 탁월하게 극을 끌어갔다”고 말했다. 김정화는 “희곡과 인물 안에 머물지 않고 과감한 신체표현을 통해 배우의 몸이 무대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희곡상에는 ‘집집: 하우스 소나타’의 한현주 작가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끊임없이 정통 희곡 언어로 구현해왔으며 정치적·사회적 책임의식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무대예술상을 받은 장경숙 분장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대학로에서 다작(多作)을 한 예술가. 심사위원들은 “수년 전부터 젊은 창작자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과감한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상에는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가 선정됐다. “차별받는 ‘몸’들이 억압적 질서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무대로 올리는 과정을 통해 예술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시상식은 2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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