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꿔봤지만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나중에 어른이 돼서 받는 상인 줄로만 알았어요. 이미 어른이지만요. 하하.”
수상 소식을 접한 임지민 연출가(38·사진)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연출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제58회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기상, 연출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창작자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14년 ‘타이니슈퍼맨션’으로 데뷔한 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연출로 주목받았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선 무대 위 360도 회전이 가능한 의자에 앉은 관객들이 사방에 깔리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다양한 위치에서 관람했다.
그는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읽자마자 인간사의 관계성을 무대에 담고 싶었던 제 생각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느꼈다”며 “‘우리가 왜 반드시 극장에 와야 하는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없앤 공간 연출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수인 팬데믹 상황에서 녹록지 않았다. 공연 직전까지 무대 도면만 20번 넘게 수정했다. 그는 “규정 안에서 ‘멀지만 가장 가까운 적정선’을 만들자고 서로를 다독였다”며 “국립극단 관계자들과 창작자 모두 안전과 작품을 포기하지 않아 얻을 수 있었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는 ‘연극 연출’보다 ‘공간 연출’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제40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집에 사는 몬스터’(2019년)도 무대와 객석을 체스판 형식으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치환시키는 작업은 너무나 매력적이다”며 “무대라는 공간과 연극이 주는 실물감이 교차했을 때의 짜릿함에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스코틀랜드의 희곡 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카사노바’. 이번엔 그가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던 프로시니엄(객석에서 원형이나 반원형으로 보이는 무대) 안에 공간을 꾸밀 예정이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극장에서 관객 스스로 각자의 프레임을 만들 수 있게 도전해 보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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