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밑 40cm 쇠상자에 백구 가둔 할아버지 “끝까지 기르고 싶어서…”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월 14일 11시 33분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권단체 케어
트럭 아래 40X60cm 크기의 쇠 상자 안에 갇혀 살던 강아지가 구조됐다. 백구를 기르던 할아버지는 좁은 공간의 가혹함과 위험함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37)는 훈육이라 생각하며 했던 행동이 학대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13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쇠 상자 안에 갇혀 살던 백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케어에 따르면 발견 당시 백구의 몸은 40X60cm 크기의 상자에서 성장한 탓에 휘어 있었다. 또한 백구는 운동을 제대로 못해 다리 근육량이 적었다.

동물보호법을 보면 양육자는 사육 공간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 가로×세로가 각각 사육하는 동물 몸길이의 2.5배×2배 이상이어야 한다. 이를 위반해 상해를 입거나 질병이 유발될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백구를 키우던 할아버지는 백구가 짖어서 쇠 상자 안에 가둬 두고 키웠다고 말했다. 백구가 짖어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백구는 그렇게 각 지역의 5일장을 다니는 할아버지의 트럭 밑에서 성장했다.

케어는 “차가 덜컹거리며 달릴 때 백구는 그 진동을 그대로 느꼈을 것”이라며 “뒤에서 다른 차에 받히기라도 하면 백구는 뒤에서 즉사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권단체 케어
할아버지가 백구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경북 영주에서 백구를 처음 만난 할아버지는 백구에게 ‘백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우유를 먹이며 키웠다.

케어는 “(할아버지의) 백순이를 끝까지 기르고 싶은 마음,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싶은 마음과 무지함이 백순이를 쇠 상자에 가두게 된 것”이라며 “할아버지는 백순이를 포기하고 떠나보내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순이도 할아버지를 보고 많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다른 물리적 폭행은 없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제 한 살인 백순이를 위해서 백순이는 더 좋은 환경을 찾아주는 것이 마땅했다. 가정에서 기를 수 없는 조건이라면 개를 위해 사육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강형욱 “잘 키우려고 했던 것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이게 문제”
반려견 훈련사 강 씨는 훈육이라고 생각했던 양육자의 행동이 학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반려견을) 학대했던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학대가 아니라고 얘기를 하더라. 훈육 차원이었다고 한다”며 “잘 키우려고 했던 것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이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지금 엄청 춥지 않느냐. 그런데도 밖에서 간밤을 지냈던 개들이 있다. 그걸 보고 ‘정말 추웠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당연히 개는 밖에서 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밖에서 재워야지’, ‘밖에서 키워야지’, 이게 전 요즘 체감하는 큰 학대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집에 가둬놓고 키우시는 분들이 좀 있다. ‘강아지가 힘들까봐’, ‘너무 추울까봐’, ‘또 더울까 봐’ 산책을 안 시키는 이런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도 제가 생각하는 괴롭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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