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낯선 독자 위한 과학-SF잡지 흥행몰이
‘시즌’ 과학만으로 꽉 채운 서평지… 과학자 대담도
‘어션 테일즈’ 시-만화로 SF영역 넓혀… 알라딘 1위
“과학책에 대한 서평이 확산된다면 독자들이 과학을 더 가깝게 느낄 것 같았습니다.”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는 2일 과학서평 잡지 ‘시즌(SEASON)’ 창간호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과학이 낯선 일반 독자들을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학책 전문 서평지를 만들게 됐다는 것. 시즌은 사계절마다 한 번씩 펴내는 계간지다. 아직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1년 구독자가 2주 만에 80명을 넘었다. 이 대표는 “시즌이 일반인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 혹은 공상과학(SF)을 전문으로 다루는 정기 간행물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인문학 혹은 순문학 잡지들이 잇달아 폐간된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전체 내용 중 일부를 과학 책에 할애하는 서평지나 학술지는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처럼 오직 과학책만 다루는 잡지는 처음이다. 시즌 창간호에서는 노화는 질병이며 치료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생명과학책 ‘노화의 종말’(부키·2020년)을 놓고 과학자들이 대담을 벌인다. 찰스 다윈(1809∼1882)의 ‘종의 기원’이나 칼 세이건(1934∼1996)의 ‘코스모스’에 대한 진화생물학자와 우주물리학자의 서평도 실렸다.
출판사 아작에서 1일 출간한 SF 잡지 ‘어션 테일즈’는 2주 만에 초판 3000부가 모두 팔렸다. 예약판매만으로 지난해 12월 다섯째 주 온라인서점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아르테 출판사가 2019, 2020년 SF 잡지 ‘오늘의 SF’를 두 번 펴낸 적이 있지만 SF 정기간행물은 처음이다.
어션 테일즈는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 시, 인터뷰, 평론, 만화까지 담아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라딘에 따르면 구매자의 62.8%가 20, 30대로 젊은 독자가 많다. 최재천 어션 테일즈 편집장은 “평론의 범위가 소설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SF 작가들에게 작품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잡지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기획했는데 독자 반응이 뜨거워 놀랐다”고 했다.
출판계에서는 팬데믹 등으로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잡지 창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순문학 작가들이 문단을 이루고 인문·사회 잡지가 담론을 주도했듯 과학과 SF도 비슷한 발전과정을 걷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과학기술과 정치사회의 상호작용을 담은 ‘테크놀로지의 정치’(창비), 유체역학의 역사적 배경을 짚은 ‘판타 레이’(사이언스북스) 등 굵직한 과학책이 인문학을 함께 다루는 것도 과학 장르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잡지 창간은 어떤 책이 좋은지 판별해주는 전문가의 시선에 따라 독자들이 책을 고르는 평론 문화를 형성한다”며 “과학도서·SF의 양적 팽창이 질적 수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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