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제가 중요했어요. 그런데 이제 사람 대 사람이 만난다는 걸 중요하게 여기게 됐죠. 서로를 잘 맞춰 서로를 잘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2014년 데뷔한 그룹 ‘마마무’는 국내 K팝 걸그룹의 다양성에 기여한 팀 중 하나다. 다른 매력보다 실력에 방점이 찍혀 인기 그룹 반열에 올랐다.
랩과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보컬에도 능한 멤버 문별(30·문별이)은 독특한 포지션을 위치해왔다. 걸그룹 멤버로 드문 ‘꾸러기 이미지’를 갖고 팬들뿐만 아니라 음악계와 소통해왔다. 특히 피처링을 하거나 받을 때 여성 뮤지션들과 유독 시너지가 컸다.
유성은,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레드벨벳 슬기 등이다. 최근엔 엠넷의 여고생 댄스 크루 서바이벌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에서 ‘미스몰리’·‘턴즈’와 협업하기도 했다. ‘여돕여’(여성을 돕는 여성)의 보기 중 한명이다.
1년11개월 만에 발매하는 솔로 앨범인 미니 3집 ‘시퀀스(6equence)’ 역시 두 곡이나 여성 뮤지션들이 피처링으로 지원사격했다. ‘G999’에 래퍼 미란이, ‘머리에서 발끝까지’에 싱어송라이터 서리(Seori)가 참여했다. 두 곡의 노랫말은 문별이 직접 붙였다.
최근 동대문구 RBW라운지에서 만난 문별은 “여성분들과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제 목소리가 로우톤인데, 남성 가수들과 피처링을 하면 음역대를 잡기가 어려워요. 여성분들과 하면, 잡기가 편하죠. 한 곡에도 다양성이 생기고 그 만큼 역동성이 생겨요.”
이런 문별 같은 여성 뮤지션들의 활약에 힘 입어 걸그룹을 대하는 업계와 세상의 풍경도 바뀌었다. 문별도 “조금씩 성별을 나누지 않는 음악성을 지향하게 됐잖아요. 의상 등에서도 그렇고요. 제가 지금 음악을 하는 걸 감사하게 여겨요.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으니까요. (걸그룹을 대하는 풍토가) 많이 발전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그런 문별이 가장 협업하고 싶어하는 여성 뮤지션은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그룹 ‘소녀시대’ 리더 태연이다. 지난해 말에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에서 태연 옆자리에 앉게 되자 문별은 감격해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다. “선배님과 컬래버레이션이 꿈이에요. 그 때가 언제가는 왔으면 좋겠어요. 선배님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습니다. 하하.”
문별이 19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시퀀스’ 역시 문별이 그려온 궤적처럼 역동적이다. 그런데 ‘인트로 : 시놉시스’를 시작으로 타이틀곡 ‘루나틱’ 등 일곱 트랙의 서사가 유기적으로 얽힌다. 문별이 앨범의 전체 시나리오를 써 적극 참여한 덕분이다. 사랑의 시작의 설렘과 절정, 그리고 권태기를 거쳐 쓸쓸한 작별의 순간들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나눠 진행된다.
특히, ‘루나틱’은 권태기에 놓인 연인의 모습을 표현한 하우스 장르의 곡이다. 화내고 후회하고, 집착하고 애원하고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뀌는 감정을 노래했다. “사랑엔 %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더 사랑하는지 비율이 있으면 안 된다고 봤죠. 사랑의 중심을 잡아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왜 사랑의 탄생과 끝을 이번 앨범에서 다뤘을까. “선과 악을 알게 되고 나쁨과 좋음을 포용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문별은 설명했다.
문별은 음악 외적인 활동도 역동적이다. 얼마 전에는 SBS TV 축구 예능 ‘골(Goal)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의 ‘FC탑걸’ 팀에 합류했다. 그녀는 “축구를 하면서 멘털이 강해졌다”고 긍정했다.
솔로 앨범 준비 등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축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저 자신을 생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처음엔 세트플레이를 비롯 몸으로 익히려고 하니까 잘 안 됐어요. 몸으로 익혀질 때가 되면, 제게 맞는 스포츠가 될 거 같다”고 웃었다.
문별은 음악도 여전히 몸으로 익히고 있다. 연습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보컬은 제가 팀에서 많이 하지 않던 영역인가 계속 끝임없이 확인합니다. 연습생 시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하죠. 새벽에 녹음을 하더라도, 네 다섯 시간 하죠.”
소속사 RBW의 기획팀 직원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정도로, 업계 시스템에도 관심도 많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신인 개발팀’ ‘굿즈팀’ 앞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다만 아이돌 그룹을 직접 제작하고 싶은 마음은 현재는 없다.
“데뷔 초까지만 해도 회사를 만들어 아이돌을 제작하면 너무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직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대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하. (대표 직이랑은)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이 좋아요.”
문별뿐만 아니라 솔라, 화사, 휘인 마마무 네 멤버는 모두 솔로 활동을 활발히 병행한다. 팀은 유지한 채 소속사를 옮긴 휘인도 최근 미니 2집 ‘휘’를 발매했다. “지난 7년 동안의 1막에선 팀을 보여드렸다면, 이제 2막에선 팀에 누구누구가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2막을 거치면 다음 막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죠. 팀으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데뷔 이후 1위를 하고 해외 투어 등을 하며 행복한 나날을 누렸지만, 사실 매순간은 힘듦의 연속이기도 했다. 살아남아야 했고 무엇보다 마마무의 이름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많은 틀에 가둔” 이유다. 하지만 그건 결국 성장의 과정이 됐고, 지금은 그 틀을 어떻게 열고 나아가야 할 지를 모색하고 있다. “힘듦이 자양분이 됐죠. 인간으로 지치지 않고, 마음을 다치지 않고, 방향성이 틀어지지 않도록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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