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의 ‘밤을 넘는 아이들’ 전시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 10명이 가정에서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을 주제로 제작한 회화, 사진, 설치, 영상작품 104점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개인적 경험이 담겨 있다. 김수정의 ‘The war: 가장 일상적인’(2017년)은 단소, 골프채, 우산 등을 진열해놓은 작품이다. 일순간 ‘사랑의 매’로 돌변하는 생활도구를 통해 화목한 가정 이면에 도사린 억압을 표현했다. 고경호는 돌이나 졸업사진 등 가족 앨범에서 흔한 장면을 그린 ‘들러리’(2019년)를 통해 한 가정의 아들로서 기대되는 역할과 실제 자신 사이의 괴리감을 표현했다.
작가들은 각기 색다른 시선으로 주제를 풀어낸다. 민진영은 집 구조물을, 신희수는 가정 밖 청소년을 통해 가정폭력을 이야기한다. 민진영의 ‘Between Roof and Roof’(2012년)는 완벽해 보이는 집 사이로 깜빡이는 빛이 새어나오게 한 설치작품. 바깥을 향한 누군가의 신호는 보금자리처럼 보이던 집이 실은 고립된 공간이라는 긴장감을 준다. 신희수의 ‘네버랜드―경계의 아이들’(2020년)은 실제 가정 밖 청소년과 그들의 물건을 담은 사진 시리즈다. 이들은 가방 대신 종이쇼핑백이나 비닐봉투를 들고 다닌다. 그 안에는 피임약이나 슬리퍼도 있지만 자랑스레 간직해온 한 장의 상장도 있다. 작품 사이에 둔 스마트폰에서는 아이들의 인터뷰 녹취가 흘러나온다.
“집 나왔으면 들어가라는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대신 위로와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용기 내서 나온 이유가 있어요.”
“저 하고 싶은 거 엄청 많아요. 비행기도 타보고 싶고 로켓도 타보고 싶고….” 3월 13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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