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넘치는 韓관객에 반해…배척받는 콰지모도, 불법체류자 떠올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7일 13시 58분


이탈리아 중남부의 작은 마을, 노래를 곧잘 불렀던 12살 소년은 인생을 바꿀만한 한 영상을 만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공연 실황. “저 무대에 내가 설 수 있다면….” 소년의 막연한 꿈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소년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의 오디션에 합격한다. 불구로 태어났지만 순수한 열정을 간직한 대성당의 꼽추 콰지모도 역으로.

서울 앙코르 공연을 앞둔 콰지모도 역의 안젤로 델 베키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앙코르 공연을 앞둔 콰지모도 역의 안젤로 델 베키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야기의 주인공 안젤로 델 베키오(32)를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서울 대구 부산 공연을 마치고 다음달 25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15년 내한 이후 세 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여유와 풍미가 넘치는 한국 관객들의 모습에 반했다”며 웃었다.

“7년 전 공연을 보셨다가 이번에 또 보러 오신 분이 많았어요. 같은 무대를 여러 번 보면서 배우, 작품과 관계를 이어가는 한국 관객들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다.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음악과 극작가 뤽 플라몽동의 가사로 이뤄진 54곡의 넘버들은 노래만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2막 후반부에 나오는 ‘불공평한 이 세상’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신이여 세상은 왜이리 불공평한가요’ ‘당신은 그의 겉만 보고 사랑하네요’ ‘우리 가난한 사람들은 지렁이 같지만 우리 인생이 더 아름다워요’ 콰지모도의 독백으로 한(恨)이 담긴 가사가 강렬하다.

극중에서 ‘불공평한 이 세상’을 부르는 안젤로.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에서 ‘불공평한 이 세상’을 부르는 안젤로.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불공평한 이 세상’은 제가 공연을 하는 이유이자, 제가 생각하기에 작품의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어요. 이 곡을 부를 때만큼은 내 상황과 기분에 관계없이 가진 것의 300% 이상을 쏟아 붓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을 들입니다.”

그의 허스키한 중저음은 절망에 울부짖은 콰지모도를 표현하기에 적격이다. 작곡가 역시 콰지모도의 목소리로는 애수가 느껴지는 록(rock) 느낌의 바리톤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콰지모도를 맡았던 배우들이 다 저와 비슷한 톤을 갖고 있어요. 목소리뿐 아니라 삶에서 실연이나 아픔이 많을 수록 콰지모도가 느끼는 분노와 절망, 사랑을 100% 표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구에 추한 외모로 태어난 콰지모도는 죽을 때까지 버림 받고 배척당하는 인물이다. 사랑 받지 못할 것을 알지만 사랑에 목숨을 거는 순정파이기도 하다. “전 솔직히 콰지모도처럼 죽음까지 불사하는 사랑을 해보진 않았어요.(웃음) 그런 사랑은 현실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콰지모도를 연기할 땐 사랑이라는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이방인이나 불법 체류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그들을 연민하면서도 거리를 두려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그런 마음들에 의해 이유 없이 거부당하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20대 초반에 만나 10년째 콰지모도로 무대에 서는 그다. ‘노트르담…’은 어떤 의미일까.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제가 ‘노트르담…’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어요. 첫사랑이자 가장 큰 사랑이에요. 이 작품은 제 커리어뿐 아니라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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