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내놓은 불상-불감 2점, 각 32억-28억서 시작했지만 유찰
국립중앙박물관, 예산 한계로 불참… ‘국보 매매’ 비판에 개인도 응찰 포기
중앙박물관-간송 직거래 가능성 커
간송미술관 소장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과 금동삼존불감(佛龕)이 27일 국보 중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일제강점기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지킨 국보를 후손이 매매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개인 소장자들이 응찰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술품 경매업체 케이옥션은 이날 열린 경매에 전인건 간송미술관장 소유의 국보 2점이 출품됐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매 시작가는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32억 원, 금동삼존불감이 28억 원이었다. 이 중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조성 연대(563년)가 새겨져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걸작으로 손꼽힌다.
유력한 구매자로 꼽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39억7000만 원으로 책정된 유물구입비의 한계 등을 감안해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박물관에서 세 차례 내부 검토를 거친 결과 박물관이 책정한 금액보다 경매 시작가가 더 높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낙찰가의 10%대에 이르는 경매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것도 부담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비를 사용하는 국가기관이 경매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 자체로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개인 소장자들의 경우 국보를 처음 경매시장에 내놓은 간송미술관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간송 측은 2018년 전성우 전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의 별세로 부과된 상속세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인건 관장 등이 물려받은 국보, 보물 등 46점은 비과세 대상이다. 이 밖에 비지정문화재 1만여 점은 개인에서 재단으로 소유권을 이전해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간송 후손이 상속세조차 내지 않고 소유한 국보를 세금을 들여 사들여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 고고미술사 전공 교수는 “후손들이 간송의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간송 측 관계자는 “재단이 재정난에 시달리다 2020년 케이옥션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대출금을 갚을 현금이 없어 보물 2점에 이어 국보 2점까지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경매가 유찰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2년 전 간송 측이 내놓은 보물 2점처럼 직거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매에 비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수수료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2020년 5월 경매에서 유찰된 간송 보물 2점을 당초 케이옥션이 추정한 경매 시작가보다 적은 30억 원 미만에 구입했다.
문화재계에서는 박물관이 직거래에 나선다면 예산 제약을 고려할 때 국보 2점 중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구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불입상이 국내에 많이 남아 있지 않아 희소성이 있는 데다 ‘계미(癸未)년 11월에 제작됐다’는 명문이 새겨져 역사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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