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미스나인, 어떻게 대세가 됐나…하이브 걸그룹 척도될 듯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29일 07시 46분


‘프로미스나인’이 데뷔 4년 만에 명실상부 대세 걸그룹이 됐다.

아홉 멤버 모두 화려한 외모를 소유해 주로 ‘인스타 스타’라는 수식으로, 평가절하됐던 팀이다. 지난 17일 발매된 미니 4집 ‘미드나이트 게스트(Midnight Guest)’를 통해 콘셉트 소화력과 스타성을 인정 받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커진 건 숫자로도 증명된다.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미드나이트 게스트’ 초동(발매 일주일) 판매량은 10만4438장을 기록했다. 프로미스나인이 지난해 5월 발매한 두 번째 싱글 ‘나인 웨인 티켓(9 WAY TICKET)’(3만7000여 장)의 3배에 가까운 숫자다.

특히 10만4438만장은 최근 2년간 국내 걸그룹 발매 앨범 중 톱9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미드나이트’ 선주문량은 12만장에 달했다. 발매 첫 날에만 5만 장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해 일찌감치 프로미스나인의 최고 성적을 예고했다.

해외 차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는 총 4개 국가/지역 1위, 총 18개 국가/지역 톱 10에 올랐다. 지난 26일 공개된 일본 라쿠텐 뮤직 월간 차트에서는 약 9일간의 성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타이틀곡 ‘DM’ 뮤직비디오는 공개 6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2000만건을 돌파했다. 프로미스나인의 뮤직비디오로는 최단기록이다.

사실 프로미스나인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7년 음악채널 엠넷의 걸그룹 육성프로젝트 ‘아이돌학교’를 통해 뽑힌 9명으로 구성됐다. 노지선, 송하영, 이나경, 장규리, 백지헌, 이새롬, 이서연, 이채영, 박지원 등이다.

2016년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인기를 누린 것을 발판 삼아 엠넷을 운영하는 CJ ENM이 힘을 실었다. 매니지먼트도 CJ ENM의 자회사였던 스톤 뮤직 엔터테인먼트가 맡았었다.

하지만 ‘아이돌 학교’는 방송을 거듭할수록 화제성이 떨어졌다. 2018년 초 이들이 데뷔한 뒤에도 반응이 크지 않았다. 멤버 개별 팬덤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나인 웨인 티켓’의 타이틀곡 ‘위 고’가 입소문이 나면서 재조명됐다. 멤버들의 물 오른 외모와 청량한 곡의 이미지가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HYBE) 레이블즈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면서 크게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뉴이스트, 세븐틴이 소속된 플레디스의 한성수 대표는 프로미스나인의 데뷔 때부터 프로듀싱을 해온 인연이 있다. 멤버들의 색깔과 매력을 잘 알고 이를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프로듀서다.

예상대로 시너지가 났다. 프로미스나인은 플레디스로 이적 후 신고식 격으로 작년 9월 스페셜 싱글 ‘톡앤톡(Talk & Talk)’을 발매했다. 이 곡으로 데뷔 약 3년8개월 만에 음악방송 첫 1위의 기쁨을 만끽했다.

또 이번에 ‘DM’으로 다시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인기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DM’은 ‘위 고’를 만든 이우민 “collapsedone” 작곡가의 곡인데, 그의 산뜻한 작법이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의 화사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특히 ‘DM’의 매력은 ‘형형색색의 어둠’으로 압축할 수 있다. 프로미스나인이 새벽 탈출에 성공한 뒤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성큼 다가가는 이야기다. 과감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도시의 밤이 반짝인다. 아련한 느낌의 코드 진행 위를 밤공기처럼 내달리는 펑키한 베이스라인이 노래의 서사를 뭉근하게 품어준다.

사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만 같은 두근거리는 마음이 프로미스나인 멤버들과 근사하게 어울린다.

사실 이전까지 프로미스나인의 세계관은 ‘환상 속 소녀의 집’에 주로 머물렀다. ‘환상 속의 그대’ ‘두근두근’ ‘22세기 소녀’ ‘러브 럼펌펌’이 대표적 보기다.

작년 ‘위 고’부터 소녀 이미지보다 청춘의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상승세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단순히 성별로 매력을 나누는 걸 지향하는 하이틴의 감성이 담긴 ‘톡앤톡’으로 분위기를 전환했고 이번 ‘DM’으로 숙녀로 나섰다.

특히 ‘미드나이트 게스트’에선 조금은 긴장감 넘치는 일탈을 시도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의외의 상황들을 만나는데 이를 능숙하게 넘기는 모습에서, 프로미스나인은 이제 소녀가 아닌 숙녀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 새벽 감성의 아련하고 몽환적인 정서뿐만 아니라 새 아침을 열어젖히는 단호함이 이들의 노래와 춤에 녹아 있다.

새로운 곳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담은 R&B 댄스곡 ‘이스케이프 룸(Escape Room)’,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을 부드럽게 그린 팝 발라드 ‘러브 이스 어라운드(Love is Around)’(이새롬·송하영·장규리·이채영의 유닛 곡), 박지원·이서연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미니멀한 하우스 장르의 ‘허시 허시(Hush Hush)’(박지원·노지선·이서연·이나경·백지헌의 유닛 곡), 따듯한 신스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조화가 돋보이는 ‘0g’….

앨범을 쭉 듣다 보면 새벽녘에 프로미스나인 멤버들과 약간은 울퉁불퉁하지만, 달리기에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쭉 벋는 도로를 뛰어가는 듯한 기분을 안긴다.

팀 이름은 ‘프롬 아이돌스쿨(from idolschool)’의 약자다. 최고의 걸그룹이 되겠다는 육성회원(시청자)과의 약속(promise)을 지킨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멤버들은 성장으로 팬덤 ‘플로버’에게 이를 증명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천군만마 같은 플레디스 역도 컸다. 이번 프로미스나인 상승세에 플레디스의 기획력과 홍보력이 크게 힘을 실었다. 물론 원천 콘텐츠, 멤버들의 매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플레디스의 프로미스나인의 영입은 회사나 팀에게 윈윈이 됐다. 특히 플레디스가 속한 하이브의 라인업 차원에서도 숨통을 터주게 됐다. 하이브 레이블즈의 유일한 걸그룹으로,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이번 앨범으로 하이브에도 걸그룹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나섰다.

특히 하이브 레이블즈가 향후 쏟아낼 걸그룹의 척도가 됐다는 의미도 크다.

현재 하이브 레이블즈는 적어도 걸그룹 4팀 론칭을 준비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K팝 걸그룹의 변곡점으로 통하는 소녀시대와 f(x)의 이미지를 담당한 민희진 CBO가 대표를 맡은 레이블 어도어(ADOR)가 선보일 걸그룹, 여자친구를 제작한 쏘스뮤직에서 제작하는 걸그룹, 하이브와 CJ ENM이 합작 레이블 빌리프랩이 선보이는 ‘아이랜드(I-LAND) 2’를 통해 결성될 걸그룹, 그리고 하이브와 유니버설뮤직그룹(UMG)의 게펜레코드(Geffen Records)가 함께 진행한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를 통해 뽑은 멤버들로 선보이는 글로벌 걸그룹이 예다.

프로미스나인의 성장은 이들 신인 걸그룹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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