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설 연휴 역시 외출 자제가 요구되고 있다. 답답한 ‘집콕’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건 어떨까. 배꼽 빠지는 코미디물부터 잔잔한 감동을 주는 다큐멘터리, 등골 오싹한 공포물까지 스토리 탄탄한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설 연휴 방구석 영화관에서 스트레스 날리며 재충전 시간을 가져보자.
하이틴 K-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 12부작, 넷플릭스
두근두근 학원물과 잔혹한 좀비물을 모두 좋아하는 이를 위한 드라마다. 한국의 평범한 도시를 배경으로 재기발랄한 학생들의 처절한 사투가 이어진다. 내용은 이렇다. 학교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아수라장 속에서 아이들은 힘을 합쳐 생존하고, 학교를 탈출한다. 학교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좀비와 빠르게 증가하는 좀비들로 인해 드라마는 서스펜스로 가득하다. 외부와 통신도 끊긴 상황에서 아이들은 기지를 발휘한다. 가공할 만한 재능을 가진 양궁부의 활약, 소방관으로부터 배운 생존 기술을 활용해 좀비를 무찌르는 장면들이 흥미를 자아낸다. 학교의 익숙한 지형지물을 이용해 좀비와 싸우는 기발한 액션신도 재미 요소. 여기에 10대의 엉뚱함이 더해져 잔혹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진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1월 28일 공개. 명절 특선이나 마찬가지다.
여행 떠난 기분! ‘미드나잇 아시아: 먹다·춤추다·꿈꾸다’ 6부작, 넷플릭스
익숙하지만 낯선 곳, 바로 아시아다. 아시아 대도시 밤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설 연휴를 앞두고 1월 20일 공개됐다. 해가 진 뒤 펼쳐지는 도시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스토리가 생경하고 흥미롭다. 일본 도쿄의 주인공은 85세 DJ 스미록. 낮에는 음식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도쿄 클럽에서 활동한다. 태국 방콕의 밤에선 슈퍼히어로를 표방하는 포크극장을 운영 중인 두 형제를 쫓는다. 대만 타이베이에선 드래그 킹 퍼포먼스를 관찰하며 그 도시의 LGBTQ(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다. 아쉬워 말라. 서울도 있다. 전통 막걸리를 새롭게 탄생시킨 서울 양조장을 진지하게 엿본다. 이외에도 인도 뭄바이, 필리핀 마닐라 이야기가 공개된다. 각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열정. 밤이 되면 드러나는 도시의 이면과 숨은 명소, 서브컬처와 매력적인 인물들의 사연이 여행 욕구를 자극하다.
흥미진진한 판타지 ‘위쳐’ 시즌2, 8부작, 넷플릭스
정통 판타지 드라마가 돌아왔다. 지난해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1위에 올랐던 ‘위쳐’의 두 번째 시즌이 나온 것. 원작은 판타지 소설 ‘더 위쳐 시리즈’다. 미국 할리우드 대표 게이머이자 ‘위쳐’ 팬으로 알려진 헨리 캐빌이 주인공 게롤트를 연기한다. 게롤트는 ‘위쳐’로 불리는 남다른 능력(드라마에선 돌연변이라고 한다)을 가진 몬스터 헌터. 마을을 돌아다니며 괴물을 사냥해 먹고산다. 그러다 소녀 시릴라(프레이아 앨런 분)를 구하게 된다. 주 내용은 시릴라와 게롤트의 모험인데, 시즌1의 경우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언제부터 재밌어지느냐는 원성과 함께 다소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즌2부터다. 오락성을 늘렸고, 극 전개도 빠르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세계관 설정 등을 쉽게 풀어냈다. 중심 서사 외에도 마법과 괴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 검사와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소녀, 그리고 마법사의 삼각관계도 흥미롭다.
마음 따뜻해지는 축구 시트콤 ‘테드 래소’ 시즌1 10부작, 시즌2 12부작, 애플TV플러스
애플TV플러스에 가입했는데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럴 때는 ‘테드 래소’를 재생하면 된다. 지난해 미국 에미상 20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됐고, 그중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장르는 코미디, 주제는 축구다. 주인공 테드 래소(제이슨 서데이키스 분)는 대학 미식축구 코치로 일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문제는 래소가 축구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축알못’ 감독이라는 것. 축구를 모르는데 어떻게 축구 감독이 됐느냐고? 래소 영입은 구단주 전부인의 아이디어였다. 정확히는 구단을 강등시켜 구단주에게 복수하려는 계략이었다. 치정극의 도구로 영국에 온 래소는 걱정이 많다. 낯선 종목과 도시, 문화로 인해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긍정적 태도를 잃지 않는다. 그의 행동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팀은 와해 직전. 주장과 에이스의 갈등, 에이스의 막무가내 식 행동, 해외 출신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 등 분열된 팀워크는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끼친다. 래소는 강등 직전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거듭되는 반전,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 ‘인빈시블’ 시즌1, 8부작, 아마존 프라임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 10대 주인공 마크가 친구들과 세상을 구하는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빌런이 만든 포털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며 이야기가 전개돼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10대 슈퍼히어로들의 뚜렷한 개성과 세련된 유머는 장점. 잔인한 장면도 종종 나온다. 특히 유혈이 낭자한 신체 파괴 장면은 호불호가 갈린다. 액션신은 훌륭하지만 작화는 아쉽다. 세밀하지도, 아름답지도, 개성이 강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몰입감이 생기는 건 거듭되는 반전 스토리 덕분. 또 누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봐야 한다. 원작 만화에선 인기 있는 캐릭터가 죽으면 부활시키기도 하는데, ‘인빈시블’은 현실적이라서 한 번 죽으면 끝이다. 누가 죽는지는 비밀.
대중과 평단 찬사받은 코미디 ‘나의 직장 상사는 코미디언’ 10부작, 왓챠
전설적 스탠딩 코미디언 데버라(진 스마트 분)와 젊은 작가 에이바(해나 아인바인더 분)의 우정 및 티키타카를 그린 코미디 드라마. 둘의 웃음 코드와 취향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어떻게든 웃겨야 한다는 것. 데버라는 라스베이거스에서만 2500회 이상 스탠딩 코미디 공연을 해온 인물. 최다 공연 기록을 가진 그녀이지만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는 메인 무대에 설 수 없기에 자존심이 뭉개졌다. 한편 한순간의 실수 탓에 백수로 전락한 젊은 작가 에이바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에이전시는 그에게 일이 절실하다면 데버라와 함께해보라고 제안하는데…. 탄탄한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돼 한눈팔 틈이 없다. 지난해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휩쓸었으며, 세계적인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후회하지 않을 코믹 드라마.
전설의 공포영화를 드라마로! ‘처키’ 8부작, 웨이브
공포영화 바이블로 불리는 ‘사탄의 인형’이 드라마로 돌아왔다. 제목은 주인공 인형 ‘처키’. ‘사탄의 인형’ 시리즈는 1988년 개봉한 이래 약 30년간 8편이 만들어졌다. 기발한 설정과 쫀쫀한 서스펜스, 독특한 연출로 처키는 꾸준히 부활했다. 드라마 ‘처키’는 ‘사탄의 인형’을 만든 감독 돈 맨시니가 제작을 맡아 원조 처키의 광기를 되살렸다. 스토리는 2017년 개봉한 8편 ‘컬트 오브 처키’와 이어진다. 드라마 시작은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주인공 소년 제이크(재커리 아서 분)가 처키(브래드 듀리프(목소리) 분)의 영혼이 복제된 ‘굿가이’ 인형을 구입하면서 시작된다. 처키 얼굴은 더 악랄해졌다. 주인공은 도대체 왜 이렇게 섬뜩한 인형을 샀을까. 이 소년, 어딘가 이상하다! ‘사탄의 인형’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제이크는 처키와 함께 복수를 감행한다. 이후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마을의 숨겨진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드라마는 미스터리 추리물 성격도 갖는다. 과거 처키 시리즈에 나온 배우도 대거 등장한다.
풋풋한 청춘의 성장기 ‘너와 나의 경찰수업’ 16부작, 디즈니플러스
K-드라마를 이끌 청춘 배우들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서 기대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제작 환경에서 만든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과 가수 강다니엘의 연기 데뷔작이라는 점이다. 강다니엘과 채수빈을 비롯해 이신영, 박유나, 박성준, 민도희, 김우석, 천영민 등의 활약이 기대된다. 경찰대를 무대로 펼쳐지는 겁 없고 패기 넘치는 스무 살 청춘들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담았다. 고전영화 ‘폴리스 스토리’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와 액션, 추리가 두루 섞인 학원물에 가깝다. 1월 16일 공개.
마블 드라마 ‘완다비전’ 9부작,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의 최강점은 마블이다. ‘어벤져스’ 같은 오리지널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로 제작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드라마는 완다, 팔콘, 윈터 솔져, 호크아이, 로키 등 마블의 다음 페이지를 이끌어갈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들의 개성만큼 각 시리즈의 장르도 다르다. 호크아이는 가족 코미디에 가깝고, 로키는 SF 미스터리, 팔콘과 윈터 솔져는 정치스릴러를 표방한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완다 이야기. ‘완다비전’은 슈퍼히어로 완다와 비전이 결혼해 웨스트뷰라는 마을에 정착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는 1950~1990년대 시트콤 장르를 차용했다. 반은 유쾌한 클래식 시트콤으로 코믹한 모습의 완다와 비전을 볼 수 있다. 중반부터 이야기가 확장되며 시트콤과 미스터리 스릴러가 겹친다. 여기에 ‘마녀’라는 캐릭터의 판타지 요소도 추가된다. 다양한 장르와 화려한 미장센으로 매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4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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