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이 팀의 새 앨범 활동에 불참하게 되면서 K팝 업계에 ‘따로 또 같이’ 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31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손나은은 에이핑크가 내달 14일 발매하는 스페셜 앨범 ‘혼(HORN)’의 재킷과 뮤직비디오를 제외한 활동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손나은은 앞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스케줄 상의 문제로 이번 활동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스페셜 앨범과 멤버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청했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에 이번 에이핑크 앨범 티저 이미지 등을 공유하며 사전 홍보 활동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
에이핑크는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미스터 츄’ ‘노노노’ ‘러브(LUV)’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주로 청순한 면모를 선보이다가 ‘1도 없어’, ‘덤더럼’으로 콘셉트 변주에 성공했다. 멤버 각자가 솔로 앨범, 연기, 예능,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2011년 데뷔한 에이핑크 멤버 6명은 지난 2017년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당시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와 조기 재계약했다.
보통 K팝 그룹은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는 6~7년이 변곡점이다. 200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기획사와 연기자의 전속계약이 최장 7년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연예인 전속계약서의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데뷔 7년 후 재계약을 하는 시점에서 많은 그룹들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흩어진 경우가 많았다. 7년을 전후로 회사와 멤버들 스스로 장수그룹에 대한 가능성을 판단한 뒤 재계약을 하거나 재계약이 불발되기 때문이다.
에이핑크는 멤버들이나 회사나 비전을 본 경우다. 다만 작년 4월 박초롱, 윤보미, 정은지, 김남주, 오하영 등 5명만 기존 기획사와 재계약했다. 손나은은 연기 활동에 힘을 싣겠다며 YG로 옮겼다. YG는 빅뱅과 블랙핑크 등 굴지의 K팝 기획사일뿐만 아니라 김희애·차승원·강동원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속한 대형 배우 기획사다.
아이돌 그룹을 유지하면서 배우에 힘을 싣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2PM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2018년 소지섭이 이끄는 51K로 이적한 옥택연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옥택연은 작년 6월 2PM 멤버들과 5년 만에 6인 완전체 앨범인 정규 7집 ‘머스트’를 내놓고 활동을 성료했다.
에이핑크와 2PM에 앞서 소속사가 달라도 함께 활동하는 그룹의 선례로는 ‘신화’, ‘god’가 있다.
하지만 매번 의견 조율이 쉬운 건 아니다. 지난해 신화 멤버 에릭과 김동완이 불화설에 휩싸였던 것이 예다. 다행히 봉합이 됐다.
신화를 오랜 기간 지켜봐온 관계자는 “신화 멤버들은 싸우면서 정을 쌓아온 팀이다. 소속사가 다르면 당연히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이내 멤버들끼리 풀고 다시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안다. 팀 내부에서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 그룹의 장수 비결”이라고 했다.
신화는 원활한 팀 활동을 위해 일부 멤버들이 뭉치기에 돌입했다. 작년 멤버 전진이 팀 동료 신혜성·이민우가 소속된 소속된 라이브웍스컴퍼니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신화 멤버 중 절반이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되며 그룹 활동에 시너지를 내게 됐다.
무엇보다 팀 활동엔 멤버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소속사가 달라도 성사될 확률이 크다. 2PM과 형제그룹으로 데뷔한 보컬그룹 2AM은 7년 만인 지난해 11월 완전체로 미니앨범 ‘발라드(Ballad) 21 F/W)’를 발표했다. 9년 만인 내달 12일~1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단독 콘서트도 연다.
4인조 걸그룹 티아라 멤버들은 4년 만인 지난해 새 앨범 ‘리:티아라’를 발표하면서 네 멤버가 직접 제작비를 보태기도 했다.
그룹 마마무 멤버 중 휘인만 지난해 기존 소속사 RBW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빅스 멤버 겸 래퍼 라비가 이끄는 레이블 더 라이브로 옮겼는데 네 멤버 모두 완전체에 대한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최근 업계에선 장수 그룹의 숫자가 K팝 시장의 성숙도를 반영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K팝의 중요한 기반 중 하나는 팬덤이다. 팀 활동이 오래 지속될수록 그 팬덤이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팬층이 형성된 에이핑크를 비롯 2.5세대 대표 인피니트, 3세대 대표 갓세븐의 팀 유지 여부가 K팝의 시장 성숙도를 반영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팬덤을 보유했으나 ‘마의 7년’을 넘기지 못하고 지난해 해체한 러블리즈와 여자친구는 재결합이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호야가 탈퇴하면서 7인조에서 6인조로 재편된 인피니트는 2019년 엘(김명수)이 기존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지난해 리더 성규에 이어 장동우, 이성열 그리고 최근엔 이성종도 떠났다. 현재 울림엔 남우현만 남아 완전체 활동이 불투명하다.
특히 갓세븐 일곱 멤버들은 지난해 초 자신들을 발굴한 JYP엔터테인먼트를 모두 떠나 뿔뿔이 흩어진 상황이다. 활동의 기반을 마련해준 JYP를 떠나 팀 활동이 가능한 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지만, 멤버들은 “해체는 아니다”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성장을 하면서, 각자 다른 미래를 그리는 건 당연하다. 필요 상황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원하는 곳으로 옮기는 게 업계의 순리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을 전담하는 레이블SJ를 만든 SM엔터테인먼트처럼 전폭적인 지원은 이례적이다.
대중음악계 관계자는 “데뷔 7년 후 재계약을 하는 시점에서 많은 그룹들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는 ‘7년 징크스’를 통과한 그룹들은 일단 팀 유지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7년의 단발 활동을 끝으로 해체하는 팀들이 많아지면 K팝 시장은 소비되는 것에 그친다. 에이핑크, 인피니트, 갓세븐의 팀 활동 지속 여부는 현재 K팝의 시장 안팎이 얼마나 단단해져 있는지를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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