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설날은 나에게 설렘으로 기억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일가친척, 고소한 냄새가 나는 설음식, 그리고 설빔을 입고 세배한 다음 받을 세뱃돈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나이를 먹는 일이었다. 코흘리개 시절엔 왜 그리 빨리 자라고 싶었던지.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먹는다는 말에 “두 그릇 먹으면 두 살 먹어요?” 하고 물어 어른들을 웃음 짓게 하기도 했다.
제법 의젓한 나이가 된 후엔 어머니를 도와 명절 음식을 만들고, 짐을 들어드리려 떡 방앗간에도 함께 갔다. 어머니가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흰 가래떡을 뽑는, 언제 봐도 신기한 광경에 빠져들었다. 그 앞에 앉아 하염없이 보고 있으면 주인 아저씨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가위로 뚝 잘라 주곤 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설날에 떡국을 먹었다. 시루에 찐 떡을 길게 늘여 뽑는 데는 떡가래처럼 길게 장수하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떡을 엽전 모양으로 써는 것은 재물이 풍성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올해는 설날 밥상의 주인공 떡국을 조금 새롭게 만들어보려 한다. 현미 멥쌀가루로 직접 가래떡을 만들고, 고기 대신 명란을 넣어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떡국을 준비할 생각이다. 어머니와 시범 삼아 만들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참 정겨웠다.
이제는 어린 시절과 같은 설 풍경은 볼 수 없지만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렘만은 여전하다. 민족 최대 명절을 준비하며 직접 가래떡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장수와 풍요를 기원하며 직접 만든 떡국 한 그릇이 정월 초하룻날을 더욱 설레게 할 것이다.
1 GI 지수 Down ‘현미 가래떡’ 만들기
재료 현미 멥쌀가루 400g, 소금 4g, 뜨거운 물 5큰술
만드는 방법 1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손으로 비벼서 섞는다. 2 찜솥에 물을 끓여 김이 오르면 면포를 깔고 섞어놓은 쌀가루를 위에 올린 후 면포를 덮어 30분가량 찐다. 3 찐 쌀가루를 볼에 넣고 달라붙지 않도록 손과 절구 공에 연한 소금물을 약간 묻힌 후 반죽한다. 식으면 손으로 매끄럽게 치댄다. 4 도마에 떡 반죽을 올리고 손으로 밀면서 길쭉한 가래떡 모양으로 만든다. 5 가래떡이 적당히 굳으면 떡국 떡 모양으로 썬다.
2 감칠맛 나는 육수가 별미인 ‘명란 현미 떡국’ 만들기
재료 현미 떡국 떡 200g, 백명란 2덩이, 달걀 1개, 대파 1대, 국간장 1작은술, 물 4컵, 멸치육수팩 1개, 김가루 약간, 후추 약간
만드는 방법 1 달걀은 지단을 만들어 채 썬다. 2 백명란은 끓는 물에 데친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냄비에 멸치육수팩을 넣고 15분가량 끓인다. 4 육수가 우러나면 멸치육수팩을 빼내고 떡국 떡과 국간장을 넣는다. 5 떡이 떠오를 때까지 끓이다 데친 명란과 대파, 후추를 넣고 중불에서 5분가량 더 끓인다. 6 완성된 떡국은 그릇에 담고 고명으로 지단과 김가루를 올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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