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나침반이 가리킨 가업 잇기 한평생 계승할 아들 위해 1000년 대추나무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4일 03시 00분


윤도장 무형문화재 김종대씨 은퇴
18년전 귀향 아들이 4대째 계승

4대째 전통 나침반 윤도(輪圖)를 만들어온 김종대 씨(오른쪽)와 아들 김희수 씨가 지난달 30일 전북 고창군 윤도장 전수관에서 손수 제작한 윤도를 들어 보였다. 고창=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4대째 전통 나침반 윤도(輪圖)를 만들어온 김종대 씨(오른쪽)와 아들 김희수 씨가 지난달 30일 전북 고창군 윤도장 전수관에서 손수 제작한 윤도를 들어 보였다. 고창=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국가가 이제 그만큼 했으면 쉬어도 된다고 인정해준 것 같아 고맙습니다.”

설을 앞둔 지난달 30일 전북 고창군 자택에서 만난 윤도장(輪圖匠·나침반 장인) 김종대 씨(88)는 “돈보다는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한평생을 살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중요무형문화재 110호였던 그를 지난달 28일 명예보유자로 지정했다. 오랜 시간 전통장인으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로운 퇴직을 하게 된 것. 그의 아들 희수 씨(61)가 아버지를 이어 지난해 12월 윤도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아들까지 4대째 가업을 잇게 됐다.

김 씨 집안은 국내 유일의 윤도장이다. 종대 씨는 서너 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고, 할아버지의 뒤를 이은 둘째아버지가 “가업을 이어 달라”고 유언을 남기자 23세 때 이를 받들기로 했다. 조선시대 때 제작된 윤도는 말 그대로 바퀴 모양처럼 생긴 풍수 나침반이다. 둥근 목판 위에 조각칼로 24방위(方位)와 음양오행(陰陽五行), 십이간지(十二干支)를 새겨 넣고 가운데 자침을 얹었다. 종대 씨가 나고 자란 고창 낙산마을에는 300년 전부터 윤도장들이 모여 살았다.

슬하에 다섯 남매를 둔 그는 가업만으로는 생계를 이을 수 없어 소 70여 마리를 길렀다. 그나마 1996년부터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에게 매달 지급되는 100만 원 안팎의 지원금이 보탬이 됐다. 대기업 차장을 지내며 고액 연봉을 받던 아들 희수 씨는 “이제 네가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부름에 18년 전 귀향했다. 남들보다 늦은 40대에 윤도 기술을 본격적으로 배웠지만 타고난 손재주로 대한민국전승공예 대전에서 수차례 입상했다. 종대 씨는 “둘째아버지의 유언을 지킬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웃었다.

가업은 이제 5대째로 향하고 있다. 희수 씨는 “아버지가 ‘윤도 배우러 오라’고 매일 제게 전화하신 것처럼 이제는 제 아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고 했다. 종대 씨의 둘째아버지는 조카에게 조각칼을 남겼고, 그는 아들 희수 씨에게 체계화된 기술을 물려줬다. 희수 씨는 “이제는 내가 아들을 위해 무언가를 남겨줘야 할 때”라며 기자를 창고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그의 아들도 충분히 쓸 만한 분량의 대추나무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가장 아래 있는 건 1000년 된 대추나무예요. 뒤늦게 윤도를 배울 아들을 위해 가장 좋은 재료를 미리 준비해뒀지요.”

#윤도장 김종대 씨#전통 나침반#가업 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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