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태국 방콕 ESG 관광
배낭여행자의 아지트 카오산로드
강변 요지에 자리잡은 왕궁과 사원
보물급 관광지 찾는 재미 흠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해외여행 문화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아름다운 자연, 관광 명소로 떼 지어 가는 단체여행은 대폭 축소됐다. 대신 친환경(Environment), 지역 상생(Social), 정책 및 제도 개선(Governance)을 지향하는 ‘ESG 관광’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8%를 차지하는 태국은 ESG 관광 선도국 중 하나다. 태국은 코로나19 창궐이 지구 생태계 파괴와 무관치 않다는 인식 아래 친환경적 관광 문화 확대, 지역 맞춤형 관광지 개발, 정부의 적극적 관광 지원책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한국 관광업계에도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 배낭객들의 집결지 카오산로드에 가보니
한국인들이 동남아에서 즐겨 찾는 태국의 방콕은 과연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고 싶었던 곳은 방콕 시내 카오산로드였다. 전 세계 배낭 여행자들의 아지트인 카오산로드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젊음의 해방구였다.
그런 카오산로드의 이미지는 출입구의 바리케이드를 만나면서부터 허물어졌다. 카오산로드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백신접종증명서를 제시해야 했다. 네온사인이 환하게 밝혀주던 카오산 거리는 어둑하기만 했다. 음식점, 숙박업소는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몇몇 펍에서 음악을 즐기며 술잔을 기울이는 일부 서양인들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대신 카오산로드 주변 작은 골목에 들어선 노점상들이 다소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한 노점상에서 꼬치구이를 안주 삼아 로컬 맥주를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용객 대부분이 현지인들이었다.
원래 이 거리는 방콕 쌀 무역의 중심지였다. ‘카오산’이라는 단어가 ‘가공된 쌀’을 뜻한다. 방콕 시내를 굽이쳐 흐르는 짜오프라야강을 이용해 쌀과 야채 등 곡물 무역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곳이다. 태국인들 사이에서 ‘어머니의 강’으로 통하는 짜오프라야강은 서울의 한강과도 비슷하다. 방콕 시내에서 남북 방향으로 흐르는 짜오프라야강을 한강처럼 동서 방향으로 바꾸어 놓고 위성지도를 보면, 카오산로드가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해당한다. 그만큼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지기(地氣)가 풍성한 곳이란 뜻이다.
○배산임수 명당에 자리 잡은 왕궁
‘물의 도시’ 방콕답게 주요 관광 명소들도 대부분 짜오프라야강을 끼고 있다. 입헌군주제인 태국의 왕실을 상징하는 방콕 대궁전,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왓아룬 사원과 왓포 사원, 태국 왕실 선박박물관 등이 강변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5년간의 보수공사 끝에 2018년에 공개한 왓아룬 사원은 태국 왕실 전용 사찰인 에메랄드 사원과 함께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1782년 라마 1세가 짜오프라야강 동쪽으로 왕궁을 이전하기 전까지는 강 서쪽의 왓아룬 사원이 직전 왕조(톤부리 왕조)를 대표하는 사원이었다. 이 사원은 탑 표면과 사원 외벽이 다양한 색상의 자기 타일로 꾸며져 있다. 동틀 무렵이면 신비롭게 빛난다고 해서 ‘새벽사원’이라는 별칭도 붙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거대한 와불(臥佛)로 유명한 왓포 사원이나 새벽사원 등이 풍수적으로 모두 명당 터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16세기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든 방콕에서 풍수적 자취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짜오프라야강을 바라보며 세워진 방콕 대궁전 뒤편 1.5km 떨어진 곳에는 80m 높이로 쌓아올린 인공 언덕이 있다. ‘푸카오통’(황금산)이라 불리는 이곳에 세워진 황금빛 체디(스투파를 포함한 불탑 양식)는 산이라는 상징성이 부여된 탑이라고 한다. 짜오프라야강 하구에 위치한 방콕은 지형이 대부분 평평하기 때문에 왕궁의 뒤를 받쳐주는 인공산을 조성했던 것이다. 정상에 오르면 방콕의 올드타운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로 태국의 배산임수(背山臨水) 풍수 현장이다.
○청계천 복원에 영감받은 방콕 운하공원
태국 관광청은 짜오프라야 강변 일대의 숨겨진 장소를 찾아내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딸랏노이. 방콕 차이나타운 인근에 있는 이곳은 미로 같은 좁은 골목에 기름 냄새 풀씬 풍기는 기계부품 가게들과 200년 가까이 된 중국풍 가옥이 밀집된 지역이다. 그런데 이처럼 오래된 도시 뒷골목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다. 최고 명물은 담벼락 아래 방치된 오렌지색 피아트500 폐차. 중고차 부품상들이 밀집해 한때 번성했던 곳임을 알리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서낭당처럼 알록달록한 천을 걸어둔 마을의 당산나무, 자동차 폐부품이 어지럽게 쌓인 창고에 차려진 커피숍, 명당 기운이 가득한 터에 숨은 듯이 자리 잡은 도교 사원과 중국계 전통 부자 가옥 등은 인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의 청계천을 본뜬 도심 운하공원도 개장됐다. 총논시 운하공원의 1단계 사업 중 200m 구간이 먼저 개장됐는데, 공원에서 짜오프라야강까지 이어지는 수로(총 9km)에 산책로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콕 시내 고질적인 수질 오염 문제를 개선하고 녹지 공간을 확대함으로써 관광 자원화한다는 운하공원 프로젝트는 서울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운하공원의 야경은 벌써부터 방콕 시민들로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방콕의 초고층 건물이나 대규모 쇼핑몰 등은 여전히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태국의 랜드마크인 마하나콘 빌딩(78층)의 루프톱 전망대 및 스카이워크와 짜오프라야 강변의 복합쇼핑몰 ‘아이콘시암’은 젊은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태국여행 필수품 ‘방역 여권’
국내 출발전 영문 PCR검사… 입국뒤에도 2차례 더 받아 ‘검사+격리’ 패키지 활용할만… 동선체크 앱도 설치해야
태국 관광청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사태로 멈추었던 ‘TEST & GO’(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관광객의 입국 및 여행 허가 프로그램) 정책을 재개하고, 2월 1일부터 샌드박스 여행 지역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샌드박스는 태국 내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한 곳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방콕에서 머물다 푸껫, 끄라비, 파타야, 시창 등 다른 지역으로 가더라도 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태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태국 입국 허가 공식 사이트(tp.consular.go.th)에서 TEST & GO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이 되면 이메일로 ‘태국 입국 허가서(타일랜드 패스)’를 받을 수 있다. 일종의 ‘방역 여권’인 셈이다. 이를 태국 입국 시 공항에서 제시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별도로 코로나19 예방접종증명서와 비행기 출발 전 72시간 이내에 영문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예방접종증명서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지만, 영문 PCR 검사 음성 확인서는 10만 원 내외의 발급 수수료가 든다.
태국 입국 뒤엔 두 차례에 걸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태국 공항에 입국한 뒤 바로 받는 1차 검사, 5일차가 되는 날에 받는 2차 검사다. PCR 검사와 격리시설 자격을 갖춘 호텔을 패키지로 묶은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호텔 측이 마련한 차량에 탑승해 병원으로 바로 가서 PCR 검사를 받은 후 호텔로 돌아와 검사 결과(6∼12시간 정도 걸림)가 나올 때까지 머물 수 있게 한 상품이다. 또 여행 5일차에 한 번 더 검사를 받아야 한다.
태국 입국 즉시 모차나(MorChana) 앱도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여행자의 동선을 체크하는 앱이다. 태국 내 여행 시 각종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증명서를 지참하고 휴대전화에 모차나 앱을 깔아놓는 게 좋다. 귀국했을 때는 또다시 PCR 검사 및 7일간 자가 격리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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