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류, 굶지 않게 되면서 굶기 시작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다이어트의 역사/운노 히로시 지음·서수지 옮김/329쪽·1만7000원·탐나는책

중세의 기사들도 전쟁을 앞두고 몸 관리를 했다. 현대의 다이어트는 언제 어디서 탄생했을까. ‘1890∼1910년대 미국’이라는 게 저자가 알려주는 답이다. 이 시기 다이어트 상품 광고가 급증했고 체중계가 급속히 보급됐다. 1918년에는 룰루 피터스의 책 ‘다이어트와 건강’이 돌풍을 일으켰다.

이유는 충분했다. 19세기에 깡마른 몸은 결핵의 위험을 상기시켰지만, 보건위생이 개선되고 결핵이 줄자 사람들은 비만이 가져다주는 질병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날렵한 몸매는 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된 자세로 인식됐다. 귀족층이 붕괴하고 주부의 살림이 강조되면서 ‘효율과 관리’를 강조하는 가정학이 대두됐다. 기성복이 널리 보급됐고 사람들은 옷의 규격에 몸을 맞추기 시작했다.

1966년 패션계를 강타한 모델 트위기는 현대의 과격한 다이어트로 넘어오는 변곡점이 됐다. 트위기의 깡마른 몸매는 성숙한 여성스러움을 거부하고 소녀로 돌아가려는 욕망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1970년대 펑크 열풍은 이전 히피족의 자연주의에 대립하는 반자연주의와 인공적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펑크의 학대적 공격성은 과격한 다이어트의 고통과 통했다.

오늘날의 다이어트는 환경주의와 결합하며 ‘힐링 세러피’와 같은 치유의 메시지를 동반한다. 결국 다이어트는 신체의 문제이면서 그 이상으로 정신의 문제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풍부한 사례와 쉽게 읽히는 문체가 책장을 술술 넘기도록 만든다.

#다이어트#인류#몸 관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