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회란기’ 연출가 고선웅
세 번째로 中 고전희곡 도전
내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개막
“거짓은 탄로 나고 진실은 드러난다.”
연극연출가 고선웅(54)이 말하는 신작 ‘회란기’의 주제다. 다음 달 5일 막을 올리는 회란기는 중국 원나라의 극작가 이잠부가 쓴 잡극으로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성이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다투는 내용이다.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대상을 비롯해 그해 굵직한 연극상을 휩쓸었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2015년)을 시작으로 ‘낙타상자’(2019년)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올리는 중국 고전 희곡이다. 회란기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거짓은 꼬챙이처럼 뚫고 나온다’란 대사가 있어요. 진짜와 가짜를 구별 못 하는 시대…. 지금이랑 똑같잖아요. 이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죠.”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연습실에서 17일 만난 고선웅과 출연 배우들은 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재판관의 판결로 갈등이 끝나는 회란기의 서사는 구약성서 열왕기의 솔로몬 재판, 독일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과 유사하다. 하지만 ‘고선웅의 회란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결말에 그만의 각색을 입혔다.
“마부인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남의 아이를 친자식이라 우기며 함부로 대하잖아요. 지금이랑 똑같습니다. 아이를 학대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속상한 기사들을 보던 중 이 작품이 떠올랐죠.”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 주장하는 두 여성, 한 명은 진짜고 다른 한 명은 가짜다. 친모를 가리려 재판이 열리지만 거짓은 겹겹이 쌓인다. 매수된 증인은 위증을 하고 재물에 눈이 먼 법관들은 불공정한 언사를 일삼는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공정하지 않은 거죠. 요즘에도 보면 의아한 판결이 많잖아요. 하나도 안 바뀐 거죠.”
회란기는 거창한 무대장치 없이 대사만으로 상황과 배경을 설명한다. 복잡한 서사 구조, 긴 호흡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고선웅 특유의 연출 기법이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의상도 간소하다. 법복을 입지 않은 배우도 “나는 포청천이다”라는 대사 한 줄에 포청천이 된다.
“복잡하게 깔아놓은 걸 싫어해요. 연극은 관객을 집중시켜 놓고 말도 못 하게 하는데…. 장황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재밌어야 합니다. 웃고 울고 화내고…. 감정의 격변을 일으켜야 하죠.”
회란기에는 그가 운영하는 극단 ‘마방진’ 소속 단원 20여 명이 출연한다.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로서 단원에게 많이 하는 조언은 “사랑하라”는 것.
“사랑하면 무조건 힘이 생깁니다. 기세가 좋아지고 목소리와 연기도 좋아지죠. 관객도 행복해야 하지만 배우도 행복해야 하거든요. 연극은 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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