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리지’ 女배우 4명 출연
‘아이다’는 女캐릭터 중심 전개
메시지 완결성 위해 과감히 시도
무대에 여성들만 등장하는 뮤지컬이 잇달아 개막한다. 주인공의 파트너나 조력자, 적으로 묘사되는 캐릭터 중에서도 남성은 없다. 러닝타임 내내 여성 배우들만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춘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프리다’와 2년 만에 재공연되는 ‘리지’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다룬 ‘프리다’엔 여성 배우만 4명 등장한다. 프리다(최정원, 김소향)뿐만 아니라 남편 디에고 리베라까지 여성 배우(전수미, 리사)가 연기한다. ‘프리다’를 제작한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처음 낭독 연습을 할 때는 남성 캐릭터도 있었는데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며 “4명 모두 프리다를 표현하는 배역이기에 몰입감을 위해 프리다와 같은 성별의 여성이 맡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다음 달 24일 막을 올리는 ‘리지’는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딸을 학대해온 아버지와 이를 방관한 계모가 잔인하게 살해된 실화에 얽힌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출연 배우 4명 모두 여성이다. 차별과 억압, 관습을 깨려는 여성들의 몸부림을 강렬한 록 음악과 춤으로 표현했다.
남성도 나오지만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작품도 나온다. 5월 10일 시작하는 ‘아이다’가 대표적이다. 두 주인공은 아이다와 암네리스. 각각 누비아와 이집트의 왕족으로 태어나,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 앞에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강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다음 달 5일 개막하는 ‘잃어버린 얼굴 1895’도 명성황후가 주인공인 창작 가무극이다. 역사적인 의미보다는 명성황후의 슬픔과 고민, 욕망에 충실한 여성 서사다.
관객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흥행은 남자 배우 몫’이라는 불문율을 깨고 여성을 앞세운 뮤지컬이 많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흥행보다는 메시지의 완결성 있는 구현을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는 제작사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원 부대표는 “티켓 파워를 고려하면 남성 배우 없이 극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작품성에 집중하다 보면 진심이 통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주 관객층인 20, 30대 여성의 소비 성향도 바뀌고 있다. 매력적인 남성을 갈망하기보다는 같은 처지의 여성 캐릭터에 공감하며 응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다’의 이지영 연출가는 “여성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는 여성이 많아졌다”며 “차별과 억압에 맞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지’의 김태형 연출가는 “나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며 “여성 주인공이 모험적이라는 이야기는 오히려 실례되는 말이 됐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