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28)이 ‘친 푸틴’ 피아니스트를 대신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했다. 조성진의 빈 필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당초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총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로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협연할 예정이었다.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이날 카네기홀과 빈 필은 게르기예프 대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인 야닉 네제세갱이 대신 지휘를 맡는다고 발표했지만 협연자 교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게르기예프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침공과 합병 당시 러시아 문화예술계 인사 19명과 함께 지지 성명을 발표했고 마추예프도 이 성명에 동참했다.
카네기홀과 빈 필은 공연 당일인 25일에서야 조성진이 협연자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연락을 받은 조성진은 활동 근거지인 베를린에서 급히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 공연에 참여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카네기홀과 빈필이 조성진에게 공식적으로 깊은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조성진은 2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리허설과 백스테이지(무대 뒤) 사진을 올리고 ‘마지막 순간 참여하게 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초 이 공연을 지휘할 예정이었던 게르기예프는 잇단 공연 취소와 해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앞서 밀라노의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는 그에게 “우크라이나의 평화적 해결에 지지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라 스칼라에서 예정된 차이콥스키 오페라 ‘스페이드 퀸’을 지휘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디터 라이터 독일 뮌헨시장은 “게르기예프가 28일까지 러시아의 야만적 공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침공에 대해 여러 러시아 출신 음악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러시아 출신 미국 지휘자 세묜 비취코프는 침략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그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체코필은 본부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걸었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며칠 전 발표한 영상메시지에서 “침략 전쟁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나치 전범과 유고 내전 전범들은 재판을 통해 교수대나 감옥에서 오욕의 삶을 마쳤다. 아무도 역사의 심판을 피해갈 수 없다. 앞으로 올 세대에 그들은 피에 굶주린 범죄자들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야욕을 강력히 비판했다.
키신은 게르기예프와 동향인 모스크바 출신이며 1986년 세계 순회연주와 2018년 스위스 베르비에 음악축제 출연을 함께 하는 등 커리어의 초반부터 최근까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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