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많으면 독 될수도… 그냥 부딪쳐보자고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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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죄악 테마 NFT시리즈 후
내달 3집으로 돌아오는 글렌체크

14일 만난 듀오 글렌체크의 김준원(왼쪽)과 강혁준은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도 신작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MA 제공
14일 만난 듀오 글렌체크의 김준원(왼쪽)과 강혁준은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도 신작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MA 제공
‘“평생 젊고 거칠게 살 것인지/아니면 총을 뽑아 끝장내버릴지”’(‘Dazed & Confused’ 중)

전자음악 듀오 글렌체크(김준원, 강혁준)가 다음 달 3일 내는 3집 ‘Bleach’는 서두부터 활화산 같다. 바이크 뒷좌석에 어린 연인을 태운 채 치켜뜬 눈으로 질주하는 청춘의 크로키처럼…. 햇수로 무려 9년 만의 정규앨범. 컴백을 앞둔 글렌체크를 14일 서울 마포구의 음반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앨범 콘셉트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길어졌네요.”(김준원)

그 새로운 콘셉트라는 게 간단치 않다. 질투, 오만, 탐욕 등 성서 속 7대 죄악을 테마로 7777개의 대체불가토큰(NFT)부터 올해 초 발행했다. 단계별로 1111의 NFT가 팔려 나가면 다음 단계의 NFT가 열리는 봉인 구조다. 디자인 관련 모티프는 토끼굴과 흰 토끼.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영화 ‘매트릭스’에서 따왔다.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구원자는 사실 글렌체크 자신들에게 필요했다고.

“주변의 기대가 부담이 됐거든요.” “생각 다 내려놓고 초심으로 가보자고 했죠.”(글렌체크)

2011년 데뷔. 한국대중음악상 연속 수상.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활동. 한국의 다프트 펑크로 불리는 국내 대표 듀오의 신작에 쏠린 업계의 눈길은 무거웠다. ‘내려놓자’는 태도가 되레 출발점이 돼줬다.

“컴퓨터 폴더 이름부터 ‘Bleach’라 정했죠. 탈색을 뜻하는 영단어. 음악 작업 파일을 그 폴더에 담기 시작했어요.”(강혁준)

“백지에서 시작한” 음악은 전자음악 선구자 장미셸 자르의 마니아부터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팬까지 사로잡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전자음과 선율의 소용돌이가 황홀하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사모으고, 픽시스나 라디오헤드 같은 밴드의 음향 제작 과정을 참고하기도 했죠.”(김준원)

너바나가 즐겨 썼던 펜더 재규어 전기기타를 사용해 먹먹한 록 사운드도 집어넣었다.

“유치할 정도로 선명한 멜로디도 걸러내지 않았습니다.”(강혁준)

“요즘 젊은이들, 너무 생각이 많아요.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그것만 보고 부딪쳐보면 어떨까요. 생각은 도구도, 독도 될 수 있잖아요.”(김준원)

#전자음악 듀오#글렌체크#3집#bl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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