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배트맨’(사진)을 보려면 ‘중대 결심’이 필요하다. 러닝타임은 176분, 무려 3시간에 달한다. 하지만 일단 상영관에서 작품을 마주하면 걸작을 담아내기에 3시간은 다소 짧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1일 개봉하는 ‘더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부패한 도시 ‘고담시’에서 히어로로 활약한 지 2년이 된 시점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배트맨을 맡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그간의 여러 배트맨 중 가장 우울하고 고독한 캐릭터로 나온다. 억만장자에 바람둥이인 웨인과 진지한 정의의 사도 배트맨이라는 완벽히 분리된 이중자아를 아직은 구축하지 못한 상태. 이 때문에 배트맨일 때나 웨인일 때나 매사에 진지하고 쓸쓸하다.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당한 트라우마와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분노조절을 못하는 등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미완성 히어로 배트맨의 성장기를 들여다보는 것에 더해 탐정으로서의 배트맨 활약상을 보는 것에 있다. 1930년대 배트맨이 처음 만화에 등장할 당시 그의 역할은 탐정이었다.
영화 속 연쇄 살인마 ‘리들러’(폴 다노)는 고담시장을 살해한다. 뒤이어 경찰청장을 살해하고, 검사의 몸에 폭탄을 묶어 고담시장 장례식장으로 돌진하게 한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부패한 권력층 엘리트라는 것. 리들러는 살해 현장마다 배트맨에게 단서를 남긴다.
배트맨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어리바리한 악당 ‘펭귄’(콜린 패럴)과 배트맨의 최대 조력자 ‘캣우먼’(조이 크래비츠) 등 배트맨 시리즈를 대표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패럴은 ‘펭귄’이 되기 위해 하루 4시간이 걸리는 특수분장을 받았다. 그의 본모습이 조금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펭귄 그 자체가 된 패럴의 모습은 할리우드 특수분장 기술에 박수를 보내게 만든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명감독 맷 리브스가 창조한 고담시도 관람 포인트다. 그가 만든 고담시는 그간 나온 배트맨 시리즈 중 가장 음울하다. 그러나 리브스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운 액션과 추격 신으로 영화의 무거움을 시시때때로 떨쳐낸다. 특히 펭귄이 탄 차를 추격하던 배트카가 화염을 뚫고 등장하는 모습은 압권이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히어로물 사상 최대 걸작을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무거운 바통을 이어받은 리브스 감독은 고담시와 초창기 배트맨을 가장 어둡게, 그러나 가장 세련되게 세공해냈다. 때로는 엄청난 부담감이 걸작을 만드는 긍정적인 동력이 된다는 말을 영화를 보고 나면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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