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역사 뽐내는 앰배서더서울풀만, ‘금강내산’과 함께 재탄생했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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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초에 화재로 문을 닫았던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이 2년간의 리뉴얼을 끝내고 지난 1월 말 새롭게 개장했다.

67년 역사를 가진 앰배서더서울풀만은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민영호텔이다. 1955년 문을 연 서양식 여관인 ‘금수장’이 모태다. 1965년 호텔 이름을 앰배서더호텔로 바꿨으며, 이후 여러 차례 증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2008년 413실 규모의 특1급 호텔(5성급)로 탄생했다.

새 단장한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대형 아트월 ‘금강의 빛’ 작품이다. 겸재 정선이 72세 때인 1747년에 그린 ‘금강내산(金剛內山)’을 바탕으로 10분8초 동안 금강산의 사계절의 변화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봄이 와서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여름의 봉래산과 가을의 풍악산에는 단발령과 금강내산이 케이블카로 연결되고, 겨울의 개골산의 설경에는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림 속을 잘 살펴보면 금강산의 산세 곳곳에 금수장부터 앰배서더 호텔그룹의 역사가 담긴 호텔들이 깨알처럼 숨어 있다.

화재를 계기로 뼈대만 남기고 첨단 IT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앰배서더서울풀만은 객실을 269개로 줄이는 대신 49개의 레지던스 객실을 새롭게 만들었다. 19층에 남산과 북한산, 북악산 등 서울시내의 전망이 훤히 내다보이는 연회장도 새롭게 꾸며졌다.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 실내수영장을 고급화하고, 특히 4층에 포토존이 될 수 있는 야외수영장을 신설해 젊은층과 가족단위 투숙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신라호텔에서 42년 근무하며 ‘불도장의 원조’로 불리는 후덕죽(侯德竹) 마스터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당 ‘호빈’ 등 다양한 세대를 겨냥한 레스토랑도 눈길을 끈다.

서정호(69)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7년 프랑스 계열 호텔체인 아코르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앰배서더 아코르 호텔 체인은 현재 국내에서 23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다음은 최근 장충동에서 만난 그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화재로 문을 닫고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2년간을 뒤돌아 본다면.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문을 닫고 리모델링을 할 수 있었으니 전화위복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만 보면 이 기회에 뼈대만 남기고, 모든 시스템을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그룹 내의 17개 직영호텔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호텔들까지 생각하면 무척 힘든 시기였다.”

―리모델링의 컨셉은.

“더 이상 호텔은 잠만 자고, 먹는 곳이 아니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MZ세대들은 호텔에서 나만의 색다른 체험을 하기를 원한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호텔은 양극화됐다. 해외에서 온 손님이 없으니 비즈니스호텔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5성급 호텔은 더욱 호황을 누렸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호텔은 휴식하고, 즐기고, 재밌게 놀고, 웰니스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호텔의 개념을 젊은층에 맞춰 새롭게 리포지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텔에 첨단 IT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됨에 따라 업무공간으로서의 호텔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5G, 6G 초고속 인터넷을 갖춘 친환경 스마트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객실에서 리모컨이 필요없이 내가 가진 휴대폰만으로 TV, 커튼, 전등 등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IT시스템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전체 객실 중에 30% 가량을 레지던스 객실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반복되는 팬데믹 속에서 관광호텔만으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텔의 개념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객실 상품도 다변화를 해야한다.”

―앰배서더 호텔 이름은 어떤 뜻인가.

“아버지가 6.25전쟁이 끝나고 1955년 장충동 언덕에 서양식 여관인 금수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그런데 1965년 한일협정 이후 한일간의 국교가 정상화되자 일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몰려왔다. 당시 금수장을 운영했던 아버님이 ‘한국을 홍보하는 민간대사’라는 뜻에서 앰배서더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당시 민간이 갖고 있는 큰 호텔은 앰배서더가 유일했다. 앰배서더가 가장 크고, 역사도 오래됐다. 조선호텔, 반도호텔, 워커힐호텔은 전부 정부나 관광공사가 갖고 있는 호텔이었는데, 나중에 삼성(신세계), 롯데, SK 등 재벌그룹의 손으로 들어갔다. 아버지께서 ‘앰버서더 호텔’ 이름을 알리려고 공항의 택시운전 기사들을 모시고 대접하면서 홍보했던 에피소드도 기억이 난다. ‘앰배서더 호텔’이란 이름을 외우기 어려워하자 ‘안비싸다 호텔’로 기억하도록 선전했다. 택시기사들의 입소문을 활용한 놀라운 홍보 마케팅 기업이었다.”

―프랑스 체인인 아코르 그룹과 35년간 협력하면서 성장해왔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호텔 체인들이 어마어마하게 국내로 입성했다. 미국의 유명 글로벌 브랜드 호텔 체인은 국내 재벌그룹의 호텔들이 전부 제휴했다. 앰배서더도 해외 호텔체인을 찾던 중에 프랑스의 아코르 그룹을 만났다. 1977년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만난 두 명의 설립자가 미국의 홀리데이인의 성공을 보고, 프랑스 파리 근교에 노보텔이란 브랜드를 처음 만든게 아코르 호텔체인의 시작이었다. 1987년부터 앰버서더호텔과 아코르그룹은 장충동 소피텔, 강남 노보텔부터 시작해 35년 넘도록 함께 성장해왔다. 아코르그룹은 제일 후발주자였지만 유럽 최대의 호텔체인이 됐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5대 호텔체인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 미국의 호텔체인이 대부분인 국내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유럽 호텔체인과 손을 잡았다.”

―향후 호텔업의 전망은.

“해외 호텔업 관계자들 이야기로는 코로나19로 여행이 중단된 2년 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패션, 음식, 영화(기생충), 드라마(오징어게임), K팝(BTS) 등으로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졌는데, 해외에 나가보지 않은 한국인들만 모르는 현실이다. 현재도 해외에서 한국음식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한류를 간접 체험하는 열풍이 대단한데, 코로나가 끝나면 한국에 오고 싶었던 해외 관광객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호텔과 관광업계가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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