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정신문화를 일깨운 우주를 휘두르는 빛의 붓, 뇌성벽력의 그 생각과 말씀 천상에서 더 밝게 영원토록 펼치옵소서.”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영결식에서 직접 지은 시 ‘한 시대의 새벽을 깨운 빛의 붓, 그 생각과 말씀 천상에서 밝히소서’를 읊었다. 이 전 회장은 고인과 1972년 월간 ‘문학사상’을 함께 창간한 인물. 이 전 회장은 “(고인은) 20세기 한국의 뉴 르네상스를 떠받친 메디치로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추모했다.
영결식에서 장례위원장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우리는 꺼져가는 잿더미의 불씨를 살리는, 시대의 부지깽이를 잃었다”며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는 그 말에 늦었지만, 같은 말로 화답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8자를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의 기호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던 선생님이기에 90을 문턱에 두고 영원을 보려고 그리 서둘러 떠나셨습니까”라며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 삶을 진정하게 사는 것임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 메멘토 모리”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이 전 장관의 발인식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애도 속에 진행됐다.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발인 예배는 이 전 장관의 조카인 여의도 순복음교회 강태욱 목사가 인도했다. 고인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예배를 마치고 빈소를 나서다 영정을 돌아보며 눈을 감은 채 남편을 향해 다시 한번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인 영정과 위패는 손자가 들었고 유족들이 그 뒤를 따랐다.
운구차는 빈소를 떠나 이 전 장관 부부가 설립한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과 옛 문화부 청사 자리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거쳐 영결식 장소로 향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마련된 초대형 미디어 캔버스 ‘광화벽화’에는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라는 고인의 생전 메시지가 띄워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이 전 장관의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졌다.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등 각 당 대선 후보들을 비롯해 조정래 이문열 윤후명 박범신 김홍신 작가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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