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방인은 선물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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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윌 버킹엄 지음·김하현 옮김/352쪽·1만7000원/어크로스

몽골의 이동식 천막집 게르에서 손님은 허벅지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고기를 먹을 때 첫입은 적게 먹은 뒤 양이 많고 넉넉한 것처럼 과장하며 씹어야 한다. 주인은 늑대가 손님의 말을 물어 가면 “산의 신이 당신의 말을 데려갔다”고 말한 뒤 다른 말을 내어줘야 한다. 몽골에는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정리한 구전 격언 ‘요스’가 있다.

낯선 것, 낯선 이들과의 경계와 이를 뛰어넘을 때 열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에세이다. 문학과 철학, 인류학과 역사학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사례와 흥미로운 해석이 등장한다. 원제는 ‘Hello, Stranger’.

고대 로마인들은 문턱을 위험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곳으로 여겼다.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는 문턱을 관장하는 신으로 가정집의 문, 도시의 관문, 서로 다른 공동체의 접경지대를 끊임없이 감시했다.

책은 1부 ‘낯선 세상을 맞이하다’와 2부 ‘미지의 세상에 들어서다’로 구성돼 있다. 이른바 문 안쪽은 안전하지만 고립된 공동체이고, 문 밖은 두렵지만 새로운 연대와 가능성이 존재하는 세계다. 저자는 인간이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인원은 대략 150명이라며 관계의 동심원을 넓히라고 권유한다. “어쩔 수 없이 문을 걸어 잠가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삶을 축소하려는 유혹에 저항하고 이방인이 가져다줄 수 있는 미래를 상기해야 한다.”

#이방인#타인#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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