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유교국가 조선에도 신과 신화가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2일 03시 00분


◇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우용곡 지음/368쪽·1만9800원/한빛비즈

만화책은 어린이책 분야에서 스테디셀러다. ‘흔한 남매’(미래엔아이세움) 시리즈를 비롯해 현재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가운데 다수가 만화다. 성인이 읽는 책 중에서도 역사 분야에서 만화가 많다.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는 역사 분야 특성상 만화라는 형식이 잘 어울린다. ‘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세트’(창비) 같은 교양 만화책이 역사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화로 그린 역사책인 이 책은 우리 역사 중에 학문적인 연구도 가장 활발하고 대중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조선 시대가 배경이다. 왕조사나 전쟁사가 아니라 조선 왕실이 모신 신이라는 소재는 참신하다. 조선의 신화가 그간 덜 주목을 받았던 것은 조선이 성리학을 지배 이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성리학은 우주와 인간에 관해 고민했고 이기론(理氣論)으로 대표되는 고도로 형이상학적인 담론을 전개해 나갔다. 유생들은 원칙적으로 무속이나 불교의 흔적을 지우려 했다.

성리학이 개인의 수양과 합리성을 추구하긴 했지만 유교 자체가 철저한 무신론은 아니다. 공자는 초월적인 존재에 관해 말하길 꺼렸으나 다양한 신을 향해 지내는 의례인 예의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조선 역시 성리학을 좇으면서도 하늘과 땅 그리고 조상신을 향한 다양한 제사로 여러 신을 모셨다. 이 책의 주인공이 바로 이들 신이다.

역사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종묘사직’이 대표적으로 조선 신화와 관계있다. 종묘와 사직은 조선 왕실에서 의례가 이뤄지는 핵심적인 공간이다. 종묘는 역대 왕과 왕후의 신주가 있는 사당이다. 사직은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 제사를 올리는 곳이다. 우주 질서를 관장하는 사직보다는 조상신이 있는 종묘에 역대 왕들이 더 공을 들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신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세월이 흐르며 종묘가 가로로 길어지게 된 사연, 대한민국의 명산 문화, 삼국지의 관우가 조선 신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재밌게 묘사한다.

의례를 하는 공간은 조선의 수도인 서울이었기에 서울 답사기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고궁을 비롯하여 종묘, 사직, 남산 등 주요 의례가 열린 공간의 유래와 현재를 소개했다. 다소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유교의 신들을 친근하게 그려 일반 독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문턱을 낮춘 점이 매력적이다. 유명 영화나 드라마, 노래를 패러디한 유머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딱딱하고 어렵다고 느낄 만한 역사 분야에서 만화책의 강세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 같다.

#유교국가#신화#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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