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덩어리로…이중섭 ‘닭과 가족’, 14억에 경매 나와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2일 06시 53분


틈이 없다. 절절한 그리움은 덩어리가 됐다.

이중섭(1916-1956)의 ‘닭과 가족’은 1954~55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얼마나 가족들을 사랑하며, 떨어져 있는 가족들을 재회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지 드러난다. 어디가 연결되었는지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가족들을 부분마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가족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가족 중 누구 하나도 빠질 수 없으며 다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단단한 유기체의 모습이다.

한국전쟁 발발 후 그해 12월에 월남한 이중섭의 가족은 피난 생활 끝에 1952년 6월, 아내 마사코는 이중섭만 두고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이중섭은 1953년 잠시 일본에서 가족을 재회하였으나 1956년 작고하기까지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쓸쓸함과 외로움에 편지를 쓰고 했던 이중섭은 1956년 9월 6일 오후 11시 45분, 서울 서대문 적십자 병원 311호에서 간장염으로 사망했다. 41세였고, 무연고 행려병자로 떠나 서울 중랑구 망우동 공원묘지에 묻혔다.

‘닭과 가족’은 이중섭의 말년작에 해당한다. 그는 소, 닭, 어린이, 가족 등 향토적 요소와 동화적이고 자전적인 요소가 담긴 소재를 주로 그렸다. 사후 국민화가로 불리는 건 가족과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한국적 정서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중섭은 자신이 사랑하는 그림의 소재를 자신과 동일시하곤 했는데, 소와 함께 닭도 그의 분신이 되었던 셈이다. 그런 이유에서 닭과 아이, 닭과 게, 닭과 가족 등 작품이 등장한다. 이중섭이 닭을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가족들과 원산에 함께 거주하던 시기로, 넓은 마당에서 닭을 길렀다고 하는데 닭을 너무 가까이에서 관찰한 나머지 닭의 이가 옮아 고생도 했다고 한다.

68년 전 홀로 외로운 시절에 그렸던 ‘닭과 가족’이 경매에 나왔다. 케이옥션 ‘3월 경매’에 14억 원에 출발한다.

이중섭 작품 속 가족 이미지는 단순히 개인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우울과 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시대를 살아가는 한 예술가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닭과 가족’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 출품되기도 한 중요한 작품이다.

한편, 케이옥션 3월 경매는 23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에서 열린다. 이중섭 작품을 비롯해 총 128점, 약 135억 원어치가 경매에 오른다.

이성자의 1963년 구작 ‘샘물의 신비’(추정가 5억~8억 원)등 대형 작품과 함께 20호 이하의 윤형근, 김창열,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 이강소, 이건용의 작품도 선보인다.

출품작은 12일부터 경매 당일인 23일까지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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