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철·하니, 2번남·2번녀”…연예계 尹투표자 근거없는 색출 ‘논란’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4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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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는 이들을 근거 없이 색출하는 분위기가 확산해 논란인 가운데, 애꿎은 연예인들에게도 피해가 번지고 있다.

14일 연예계에 따르면,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엔 ‘2번녀’ ‘2번남’을 주제로 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 대선에서 기호 2번이었던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여성과 남성을 각각 가리키는 말이다.

문제는 어떤 연예인이 특정 후보를 뽑았다고 여론몰이를 하는데 근거도 없이 추측과 주장만 난무하는 데 있다.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빨강 슬리퍼를 신고 투표하는 인증샷을 올렸다고, 몬스타엑스 민혁은 온라인에서 ‘빨간색 하트’ 이모지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2번남’으로 몰렸다.

EXID 출신 하니는 투표 인증샷을 올리고 “참 어렵던 이번”이라는 문구를 남겼다는 이유만으로 ‘2번녀’로 몰렸다. 가수 전소미도 소셜 미디어에 투표를 했다는 글을 올렸는데 배경이 붉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2번녀’로 지목됐다.

또 일부 유명 걸그룹 멤버들은 아무 개연성 없이 없이 ‘2번녀’로 몰렸고 여과 없이 온라인에 이 내용이 퍼지면서 곤욕을 겪기도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해당 소문이 왜 퍼졌는지 이유조차 모른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데 황당할 뿐이다. 그러니 대응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와 별개로 ‘오징어게임’의 스타 정호연은 파리 명품 브랜드 패션쇼에서 맨 처음 모델로 나선 것을 기념해 숫자 1번을 찍은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남겼는데, 하필 대선날과 겹치는 바람에 일부 누리꾼에게 이유 없이 공격 받아야 했다.

래퍼 데프콘과 수퍼비 등 일부 연예인은 투표 복장으로 양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빨간색 등이 골고루 섞인 옷을 입어 애초에 오해를 차단하기도 했다.

연예계에서는 이번 대선 투표와 관련 연예인들의 지극히 사소한 행위를 일부에서 침소봉대하는 경우가 많아진 이유로, 박빙의 승부였던 점을 꼽는다.

약 10년간 연예계에 몸 담은 관계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깝게 패했다고 생각하는 일부 지지지가 그 화를 연예인에게 푸는 것이다. 연예인을 욕받이처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번남’ 또는 ‘2번녀’로 지목된 연예인들이 실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특히 아이돌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어 현재 온라인에서 떠돌고 있는 ‘2번남’ ‘2번녀’ 명단은 사실 허구에 가깝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아이돌은 이런 일 자체에 얽히기 싫어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루머가 무섭게 퍼지자 결국 일부 아이돌은 해명까지 해야 했다. 전소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좋아하는 색이 없다”고 설명했고, 민혁도 팬카페를 통해 “쓸데 없는 데 의미부여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과 사회에선 ‘젠더 갈라치기’에 이어 ‘정치 갈라치기’도 성행하고 있는데 여파가 연예계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막무가내식으로 표적을 삼기보다 할리우드처럼 스타들도 자신의 정치색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건강한 사회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도 연예인에 앞서 국민이다 보니 정치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연예인이 당당하게 정치적 의견을 내면 건전한 공론의 장이 형성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근거도 없이 특정 정치색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선 연예인이 의견을 내기 힘들뿐만 아니라 건전한 여론 형성도 힘들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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