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막힌 ‘이동의 자유’에 초점 “당신은 자유롭게 이동할수 있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5일 03시 00분


서울 종로 아르코미술관 ‘투 유: 당신의 방향’ 展
이동이 ‘배제의 수단’ 될 우려 표현… 무착륙비행-비대면배달 묘사 작품도
이동장애인용 이용 매뉴얼 제작

정유진 작가의 ‘돌고 돌고 돌아’(2022년). 무착륙 비행의 동선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해 구조물을 만들었다. 오늘날 이동이 이벤트의 목적을 띤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정유진 작가의 ‘돌고 돌고 돌아’(2022년). 무착륙 비행의 동선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해 구조물을 만들었다. 오늘날 이동이 이벤트의 목적을 띤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당신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까?”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투 유: 당신의 방향’ 전시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팬데믹이 부른 일상의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기획자 김미정 아르코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최근까지 지하철에서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시설을 이용하는 시간에 제한이 생겼다. 누구에게나 무한하게 주어지는 자유라 생각했던 이동에 제한이 가해진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8개 팀의 작가들은 이동이 권력과 배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팬데믹 영향으로 온라인 비대면 퀴어 퍼레이드를 열면서 만들었던 영상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2021년)를 출품했다. 닷페이스는 “‘퀴어 퍼레이드는 안 보이는 곳에서 하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팬데믹 이후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해야 해 소수자들은 모습을 드러내는 게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오늘날 이동의 의미를 반추하는 작품도 있다. 정유진 작가의 ‘돌고 돌고 돌아’(2022년)는 팬데믹 이후 유행한 ‘무착륙 비행’의 동선을 구조물로 만든 작품이다.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비행 노선을 보면 이동을 위한 이동일 뿐이라는 걸 자각하게 된다. 유아연 작가의 ‘공손한 님들’(2022년)은 관객이 입구에서 받은 진동벨이 울리면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서빙로봇 2대에 반납하게끔 유도한다. 퍼포먼스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오늘날의 배달 구조를 보여준다.

미술관은 이동장애인용 지하철 환승 지도를 만든 협동조합 무의와 함께 이동장애인용 아르코미술관 이용 매뉴얼도 제작했다. 25일에는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직원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미술관까지 이동하며 이동장애인을 위한 개선 사항을 살핀다.

김미정 학예연구사는 “가파른 미술관 경사로, 오돌토돌한 미술관 바닥, 아카이브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의 부재 등 이동장애인의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가 아직 남아있다. 이를 바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4일까지. 무료.
#배제의 수단#이동#이동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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