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연주의 미학을 표방하는 가나인 작가(65)의 개인전 ‘겹쳐진 세계 Metaverse’가 서울 종로구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다음 달 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20점을 포함해 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총 45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1993년 그가 선언한 신자연주의는 인간을 우주 속의 작은 존재로 보는 동양의 자연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신체를 세계의 중심으로 여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를 반영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검은 소용돌이와 작은 인간들을 그린 회화 ‘삶(1984년)’이나 ‘이것이 삶이다(2022년)’가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검은 기둥은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그려온 ‘적요심곡’ 시리즈는 작가 삶의 변화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엿볼 수 있다. 빈곤과 폭력의 영향으로 열일곱 나이에 극단적 시도를 할 정도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깊은 계곡과 한없이 쓸쓸한 산을 그린 적요심곡(1982년 작)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이후 적요심곡 시리즈 작업을 이어가며 산을 자신이 성취하고 싶은 여러 욕망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2020, 2021년 작업한 적요심곡에선 그런 욕망에 다다르기 위한 도구로 사다리를 함께 그려 넣었다.
신작 20점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각각 다른 장소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인 ‘메타버스’다. 작가는 고전 작품을 통해 작가와 후대 관객들이 공감하는 지점이 메타버스의 세계관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메타버스 6개의 중첩’(2022년)은 우드 패널에 6개의 레고가 붙어 있고 그들 사이로 여러 선들이 이어져 있다. 6개의 레고는 각각 다른 성격과 문화적 맥락을 갖고 살아가는 인간을 뜻한다. 작가는 시공간과 상관없이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흰 선들로 시각화해 메타버스 세상을 표현했다.
신작에서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사과다. 사과는 각자 가진 생각과 처한 현실을 뜻한다. ‘메타버스 길 찾는 아담’(2022년)에는 멀리서 따로 자라나는 사과나무와 서로 뿌리가 얽혀 있는 사과나무가 있다. 이는 동시대를 살지만 각기 다른 역사를 갖는 개인들, 그러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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