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13년간 탈북여성들 삶 추적해
‘경계를 횡단하는 여성들’ 책 내
“분단국가의 사회학자로서 북한 사회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90년대 독일에서 10년간 유학한 이희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59·사진)는 북한 사회가 궁금했다. 독일에서는 통일 이전부터 장벽을 넘나드는 연구가 진행됐다. 서독 사회학자들은 동독 정부의 허가를 받아 동독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결과 동독 주민의 삶에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현실이 괴리돼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70년의 분단 역사를 지닌 한국에도 필요한 연구라는 판단에 이 교수는 탈북 여성의 생애를 2006년부터 추적했다.
이로부터 13년간 다양한 연령대와 신분의 탈북 여성 수십 명을 만났다. 이 중 1990년대 대기근 이후 탈북한 여성 8명과, 2015∼2018년 탈북한 신세대 여성 12명에 대한 연구기록을 담아 신간 ‘경계를 횡단하는 여성들’(푸른길)을 최근 펴냈다. 그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탈북여성의 삶에는 격변하는 북한 사회가 녹아 있다”고 말했다.
그가 2006∼2008년 만난 탈북여성 8명은 1990년대 북한 대기근 이후 오직 살아남기 위해 두만강을 건넜다. 남한에 오려고 탈북한 이는 없었다. 당시 북한에서는 돈벌이를 할 방법 자체가 없었다. 국경을 넘은 이들은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공산권 국가인 중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 교수가 2019년에 인터뷰한 신세대 여성들은 달랐다. 1987∼1997년생으로 MZ(밀레니얼+Z)세대인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남한행을 택했다. 신세대 탈북 여성 12명 중 11명은 북한에서 공장에 다니거나 장사를 하며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을 했다.
탈북 후 남한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최선숙 씨(27)는 “간부가 될 필요 없다. 평로동자(일반 노동자)라도 장사해서 돈 버는 게 낫다”고 강조한다. 최 씨는 북한에서 상업에 종사한 아버지를 찾아와 “도와 달라”고 손을 벌리는 고위 간부를 보며 “‘공화국 영웅’보다 장사꾼의 삶이 낫다는 사실을 어릴 적부터 깨달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 북한 여성들은 정치체제가 개인의 생존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구세대 북한 여성들이 경험한 삶은 천지차이예요. 이들의 삶을 따라가면 북한 사회의 변화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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