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등 고난이 있더라도 좌절 않고 살면 되지 않겠나
늘 평상심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부처도 될 수 있어
대선 거치며 양극화 된 사회 모두 한걸음씩 양보하며 살길”
“답이 시원치 않지.” “잘 모르겠는데….”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걸 어떻게 아나. 당해 봐야지.”
24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 해장보각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 성파 스님(82)의 첫 간담회에서는 웃음이 자주 터져 나왔다. 종단 최고 어른의 간담회라 무거운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겸손과 유머, 파격이 넘쳤다. 그는 인사말에서 “절에서는 대표이고 종정이라고 하지만 일개 산승(山僧)으로 간담회를 한다고 하니 격(格)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차나 한잔 마시는 자리로 여기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잘 모른다고 자신을 낮추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허허실실(虛虛實實)’ 화법의 고수(高手)였다. 종정 추대법회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다. ―‘예술가 종정’으로 알려져 있다.
“예술, 그것은 종정으로 한 게 아니다. 승려가 생활 속에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산 것이다. 어디서는 된장 스님이 종정됐으니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더라. 앞으로를 어떻게 아나? 종정이라는 자리와 결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니 뭐 하노’ 하지 말고,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
―같은 통도사 방장과 종정을 지냈던 은사 월하 스님의 가르침 중 기억나는 것은 뭔가.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는 말씀인데, 바로 상식이 도라는 거다. 그걸 벗어나지 않으면 그게 중노릇 잘하는 것 아닌가 싶다.”
―코로나 시대, 희망의 메시지가 궁금하다.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포기나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면 되지 않겠느냐. 답이 시원치 않지(웃음).”
―그 이치를 사람들은 왜 모를까.
“부처가 부처가 되는 게 아니라 범부가 바뀌면 성인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평상심이 있으면 부처도 될 수 있다.”
―종정 예경실(비서실)은 변화가 있나.
“그동안 예경실을 뒀으나 화합이 안 되는 수가 있었다. 통도사 상좌들이 모두 한식구이니 그 역할을 하면 되지 않겠나.”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양극화됐다.
“코로나보다 더 악랄한 것이 인간이 악하게 마음먹는 악심(惡心)이다. 봄바람이 불고 꽃과 잎이 피듯 선심(善心),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고 선심을 쓰기를 바랄 뿐이다.”
―21세기 조계종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조금 주제넘을 수 있지만 (종단이) 문화의 심벌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새 정부에 대한 바람은 무엇인가.
“(바랄 게 아니라) 내가 잘해야지. 불교계가 자정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면 된다. 자기 잘못은 모르고 남 탓 하면 안 된다. 새 정부에 특별히 바랄 게 없고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뭘 드러내 놓고 공격하면 안 된다.”
―전쟁과 재난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다.
“개인과 지역, 나라 모두 자신들의 ‘살림살이’를 잘 꾸렸으면 좋겠다. 자신은 맞고 남은 틀리다는 인아상(人我相)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키워야 한다. ‘입도끼’로 쪼아대고 소리 없는 총성이 이어지면 나라가 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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