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부 홋카이도는 이맘때쯤 노란 꽃잎의 복수초가 핀다. 이 지역 소수민족 아이누족은 복수초 꽃이 피는 4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홋카이도 동부 고시미즈의 작은 숲속 마을에 사는 저자는 수의사로, 그의 한 해는 해안에 밀려온 바다표범 새끼를 키우는 일로 시작한다.
바다표범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유빙 위에서도 새끼를 낳는데 이 시기 대만에서 발생한 저기압 영향으로 풍랑이 일면 바다표범 새끼가 어미와 떨어져 해변으로 밀려오는 일이 종종 있다. 새끼를 키워 바다로 내보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유리구슬 같은 눈을 가진 생명체는 경이롭다.
4월이지만 홋카이도 바다엔 아직 유빙이 있다. 파도에 크고 작은 얼음덩어리가 ‘꺼꺼꺼껑’ 소리를 내며 해안으로 쏟아지면 어느새 바닷가 모래사장은 청자색의 유빙으로 가득 찬 ‘사파이어의 바닷가’가 된다. 숲속에선 고로쇠나무에 찻집을 차린 오색딱따구리가 영업을 끝낼 시기다. 2월부터 나오는 고로쇠나무 수액을 오색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에 구멍을 뚫어 먹기 시작하면 동고비, 북방쇠박새까지 고객이 된다.
어릴 때부터 관찰하는 재미를 알아버린 저자에게 자연은 ‘보는 놀이’를 실컷 즐길 수 있는 놀이터다. 40여 년 동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 고시미즈 자연을 계절의 흐름 따라 월별로 꼼꼼한 일기처럼 적었다. 저자는 지인들과 이 지역에 재단을 만들어 숲을 조성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자연과 인간의 교감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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