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어둠 속에서 희망 찾아내… 영랑시문학상에 나희덕 ‘가능주의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03시 00분


28일 동아미디어센터서 시상식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9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나희덕 시인(56·사진)의 시집 ‘가능주의자’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유자효, 윤효, 이문재 시인은 최종 후보작 5개 중 나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수상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둠을 파고든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마침내 가장 두려운 신이 되었다//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툭툭 쓰러지는 위력 때문에/인간이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은 존재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에’(시 ‘어떤 부활절’ 중)라고 쓴 시구가 대표적이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에 나타난 나 시인의 ‘시적 전환’에 주목했다. 감정에 천착한 서정시를 주로 써온 그가 이번에는 팬데믹 현실을 직시하는 시를 썼다는 것. 심사위원들은 “나 시인은 ‘지금 여기의 문제 상황’에 바짝 다가가 절실하고 긴급한 언어를 토해낸다”며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위기에 주목하고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강력하게 환기시킨다”고 평가했다.

나 시인은 혼란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큰 빛이 아니어도 좋습니다/반딧불이처럼 깜빡이며/우리가 닿지 못한 빛과 어둠에 대해/그 어긋남에 대해/말라가는 잉크로나마 써나가려 합니다’(시 ‘가능주의자’ 중) 시구에는 작가의 이런 의지가 담겨 있다. 심사위원들은 “불가능성에서 가능성을 찾아내 그것을 독자에게 제출하는 게 시의 존재 이유”라며 “우리의 꿈과 희망을 가로막는 불가능성을 가능성으로 전환시킬 때 미래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나 시인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10대 시절에 외운 영랑의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를 80대인 지금까지 암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가 지닌 리듬의 힘을 새삼 느꼈다”며 “이번 수상이 산문적 현실과 맞서 싸우며 잃어버린 시적 리듬을 회복하라는 주문이라고 여겨졌다”고 밝혔다. 영랑 김윤식이 1930년 발표한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는 시인의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강물에 비유한 작품이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나 시인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국문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돼 등단했다. 김수영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등 총 9권을 펴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상식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

#영랑시문학상#나희덕#가능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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