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골리앗’ 밀려오는데… 한국영화는 개봉 눈치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03시 00분


할리우드 대작들 봄 극장가 점령… ‘앰뷸런스’ 박스오피스 1위 출발
‘신비한 동물들…’ 내주 개봉 앞둬, 2500억 들인 ‘닥터…’ 내달 상륙
제작비 100억 넘는 한국영화 대작들 “최적 시기 오지 않았다” 개봉 미뤄
못버티는 중·저예산 영화 위주 상영, “개봉 몰리면 과열경쟁” 목소리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지난달 21일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마블 히어로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5월 4일 개봉한다고 발표했다. 팬데믹으로 방역지침이 자주 바뀌는 탓에 막판까지 개봉일을 저울질하던 과거와 달리 일찌감치 개봉일을 못 박는 자신감을 보인 것. 지난달 30일에는 파라마운트픽처스가 36년 만에 나오는 ‘탑건’(1986년) 후속편 ‘탑건: 매버릭’을 5월 25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고 밝혔다. 영화사는 개봉 두 달 전에 선제적으로 개봉일을 알린 뒤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며 한국 관객들을 잡기 위한 공세를 펴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봄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마블의 안티히어로물 ‘모비우스’를 시작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거장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한 ‘앰뷸런스’가 6일 개봉했다. ‘앰뷸런스’는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선을 끊으며 할리우드의 저력을 과시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K 롤링이 각본을 쓴 ‘신비한 동물사전’ 3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도 13일 국내 개봉해 가족 단위 관객 공략에 나선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제작비가 2500억 원 가까이 들어간 대작 중의 대작이다. 블록버스터 치고는 비교적 적은 돈이 투입된 ‘앰뷸런스’도 제작비가 500억 원 가까이 되는 등 막대한 자금력으로 만든 화려한 작품들이 봄 극장가를 잠식할 태세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속속 개봉하는 데 반해 제작비가 100억 원 이상 들어간 한국 영화 대작들은 여전히 “최적의 시기가 오지 않았다”며 개봉을 미루고 있다. 이런 탓에 봄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대작에 맞서는 한국 영화는 중·저예산 영화들뿐이다. 한국 영화 ‘다윗’들이 밀려오는 할리우드 ‘골리앗’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공기살인
앵커
이달 개봉을 확정한 한국 영화는 ‘말임씨를 부탁해’(13일), ‘앵커’(20일), ‘소설가의 영화’(21일), ‘공기살인’(22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7일) 등으로 각각 제작비가 100억 원에 못 미친다. 이마저도 개봉일을 더 미룰 수 없어 개봉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앵커’ 제작사인 인사이트필름 신혜연 대표는 “‘앵커’는 이미 2020년 초에 촬영을 마쳤다”며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하는 만큼 개봉을 더 미루면 영화 내용이 구작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돼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출연 배우에 대해 ‘미투 논란’이 불거진 데다 팬데믹까지 이어지면서 5년 만에 개봉한다. 영화 배급사인 마인드마크는 “학교 폭력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로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차별성이 분명한 만큼 경쟁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개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 만든 한국 영화 대작들이 할리우드 대작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 분위기를 회복하는 시점을 두고 눈치싸움을 하다 한꺼번에 개봉할 경우 경쟁 과열로 흥행에 참패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팬데믹 국면이 끝난 후 한국 영화계가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관 내 음료 외 취식 금지 지침을 해제해 영화관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관객이 영화관으로 돌아오고 한국 영화 대작도 안심하고 개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영화#개봉 눈치싸움#할리우드 대작#봄 극장가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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