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돋아나는 봄,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텃밭을 선물받는다. 소녀는 땅을 갈고 이랑을 내 양상추 호박 무 파슬리 딸기 토마토 꽃 씨앗을 심는다. 흙을 파다 지렁이들을 만나면 “안녕” 인사를 건네고, 텃밭을 가꾸는 건 운동과 같다며 즐거워한다.
텃밭의 양상추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민달팽이와 참새들이 양상추를 훔쳐간 것. 하지만 소녀는 화내지 않는다. 텃밭에 길게 줄지어 나뭇잎을 짊어진 개미 행렬을 구경하다 스르르 잠들기도 하고 물뿌리개 안에 물과 지렁이를 넣어 채소에 뿌려주기도 한다. 무가 머리를 내민 모습을 본 소녀는 녹색 잎을 단 무가 작은 야자수 같다며 즐거워한다. 이웃집 토끼가 무를 몰래 먹어도, 새들이 양상추를 먹어도 소녀는 너그럽게 용서하며 웃는다. 오히려 새가 싼 똥이 딸기의 비료가 됐다며 기뻐한다. 텃밭을 가꾸면서 땅을 존경하게 되고, 아름다운 선물을 준 자연에 감사함을 느끼는 소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화려한 색감의 그림도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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