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설가 낸시 스프링어 인터뷰
셜록 홈즈 여동생이 주인공… 추리소설 ‘에놀라 홈즈’ 시리즈
셜록-에놀라 남매, 6편까지 대립… 신작 7편에선 협력해 사건 해결
2006년 1편이 발표된 추리소설 ‘에놀라 홈즈’ 시리즈의 주인공은 셜록 홈즈(홈스)의 여동생이다. 2년 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제작한 1편 ‘사라진 후작’은 그해 넷플릭스 영화 세계 2위에 올랐다. 올해 말 2편 ‘왼손잡이 숙녀’가 영화로 나온다. 이 작품은 에놀라 홈즈가 오빠인 셜록, 마이크로프트와 함께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렸다. 소설 7편 ‘검은색 사륜마차’(북레시피)가 4일 국내에 출간됐다. 이 시리즈를 쓴 미국 소설가 낸시 스프링어(74)를 13일 서면으로 만났다.
그는 “에놀라 홈즈가 성공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에놀라 홈즈 캐릭터를 구상한 건 ‘잭 더 리퍼’ 시대의 음침한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써보라는 편집자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 잭 더 리퍼는 1888∼1891년 영국 런던에서 11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어린 시절 셜록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은 그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런던을 배경으로 한 원작에 착안해 에놀라 홈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역사소설을 써 본 적이 없던 그는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 고증을 위해 자료를 치밀하게 조사했다. 영국 배우 제러미 브렛이 주연을 맡은 ‘셜록 홈즈’ 영화 시리즈를 반복해 보며 배경을 세밀히 살폈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과 드레스를 담은 컬러링북을 색칠하고 이 시대 종이인형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영국 민담에 등장하는 로빈 후드의 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로언 후드 이야기’를 2001년 발표했다. 로빈 후드에 이어 셜록 홈즈까지, 기존 남성 캐릭터의 여성 가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그는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던 시대에 스스로 여성임을 자랑스레 여기고 당당히 살아가는 인물을 상상하는 건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흥미롭다”고 답했다.
시리즈 1∼6편에서 에놀라와 셜록이 주로 대립구도를 펼친 데 비해 7편에서는 남매가 본격적으로 협력한다. 신작에서는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동생이 형부인 백작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셜록 남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남매는 죽은 언니가 검은색 사륜마차에 실려 가는 걸 봤다는 목격담을 단서로 범인을 추적한다. 그는 “10년 만에 펴낸 7편은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라며 “영감의 원천은 에놀라 그 자체다. 그녀는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강인하게 살아 숨쉰다”고 했다. 8편 ‘Elegant Escapade’(우아한 장난)는 올 9월 미국에서 출간된다.
총 60여 권의 소설을 발표한 그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지친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지금도 소설을 집필 중이에요. 펜을 잡을 수 있는 순간까지 계속 글을 쓸 겁니다. 글쓰기는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펜을 놓는 순간 내 활동적인 두뇌는 점점 시들기 시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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