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마이스키 3년만에 내한
내달 1일 피아니스트 딸과 협연…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등 연주
스무 번 넘게 한국 찾은 ‘한국광’… 한식 즐기고 셔츠는 이태원서 구입
“우크라 침공 전쟁 폭력엔 반대… 러시아 예술 배척은 어리석은 일”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4)와 한국 사이의 사랑은 쌍방향이다. 마이스키는 1988년 첫 내한 이후 스무 번 넘게 한국 무대에 섰고 그때마다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활 긋기에서 비브라토까지 더없이 자유롭고 낭만적인 그의 연주가 한국인의 감성에 딱 맞는다는 평도 있다. 한식을 즐기는 그는 서울 이태원에서 구입한 셔츠를 연주복으로 입고 한국 가곡을 녹음하며 한복을 입은 앨범 표지를 선보이는 등 꾸준한 한국 사랑을 표시해 왔다.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이스키와 피아니스트인 그의 딸 릴리(35)가 5년 만에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오케스트라 협연을 포함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이후 처음 서는 한국 무대다. 마이스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릴리와는 2013년 처음 한국 무대에 섰고 아들인 바이올리니스트 샤샤(33)와도 내한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음악을 함께 만드는 게 일생의 꿈이었으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죠. 17년째 릴리, 샤샤와 함께 연주했고 요즘엔 여섯 아이 중 셋째인 막시밀리안(18·피아니스트)과도 연주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아이들과 더 많이 연주할 수 있도록 건강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만 2년이 조금 넘게 한국에 오지 않았을 뿐인데도 매우 길었던 느낌입니다.
“가장 그리웠던 게 한국 관객입니다. 도시나 공연장보다 관객과의 소통이 제겐 가장 중요하거든요. 물론 한국 음식도 좋고요. 제가 사는 벨기에에도 한국 식당이 있지만 똑같지는 않아요.”(그는 답 뒤에 ‘Hahaha…’라 붙였다)
―구소련의 라트비아에서 성장했고 누이가 먼저 이스라엘로 망명한 뒤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문명사회에서 전쟁의 폭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이들이 배척받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심지어 차이콥스키나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같은 위대한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금지한 곳까지 있죠. 분명히 어리석고 터무니없으며 잘못된 일입니다.”
―이번에 ‘비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첼로로 연주하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외 다른 연주곡도 소개해 주시죠.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브람스 생전에 첼로 곡으로 편곡되었고 브람스가 직접 몇 군데 수정한 뒤에 승인했으니 그의 뜻과 부합합니다. 이 곡에 앞서 첫 곡으로 연주할 작품도 원곡이 바이올린곡인데, 슈만의 부인 클라라의 ‘3개의 로망스’입니다. 클라라가 경이로운 작곡가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작품이죠. 2부에서는 저의 가장 최근 앨범인 ‘20세기 클래식(2019년)에 실린 곡들을 연주합니다. 20세기 곡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리튼의 첼로 소나타와 피아졸라의 ‘그랑 탱고’입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듣고 싶습니다.
“저도 믿기지 않지만 내년에 75세가 됩니다. 그리고 소련을 떠나 서방에 온 지 50주년이 되죠. 이 두 가지를 기념하는 여러 공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가을에는 제자인 장한나가 지휘하는 노르웨이 트론헤임 교향악단 협연으로 릴리, 샤샤와 함께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연주합니다. 매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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