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이 수포자 고교생 한지우(김동휘)에게 이른바 ‘파이(π) 송’을 들려주며 건네는 말이다. 무리수인 원주율 3.141592…를 각각 음표로 바꿔 피아노로 친 것. 실제로 유튜브에는 파이송 연주 동영상들이 올라와 있는데, 신기하게도 누군가 작곡이라도 한 듯 독특한 분위기의 화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영국 천문학자와 수학자가 공저한 이 책은 도넛부터 체스판,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중 특히 음악과 수학의 밀접한 관계가 흥미롭게 서술돼 있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는 현악기를 짚는 위치가 정수비일 때 가장 조화로운 음정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건 화음을 우주의 운영 원리와 결부시킨 이들의 시각이 17세기 유럽 천문학 발전에 일조한 사실이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화음이 천상계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행성운동의 3법칙’을 발견했다. 현의 진동 개념을 연역해 행성들과 태양 사이의 거리, 속도를 연구한 것. 그 결과 행성 공전주기의 제곱은 궤도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음악은 이처럼 수학원리를 내재하고 있기에 새소리 등 동물이 내는 음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다시 말해 사람과 같은 고등 생명체가 외계에 있다면 음악으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이저호를 발사할 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녹음한 레코드를 함께 넣은 이유다. 당시 어떤 곡을 선별할지 과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는데, 바흐 곡이 3곡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대위법에 따라 선율을 엮은 그의 작품이 가장 수학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수학은 아름답다’는 명제가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외계인에게 닿기 전에 부디 중학생 아들에게 와 닿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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