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이영희씨 50억대 토지-집 기부 “전수교육관 지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0일 03시 00분


“전통예술인 위한 공간 남겨주고파”

“여든이 넘은 저는 그동안 충분히 누렸으니 이제는 전통유산을 잇는 예술인을 위한 공간을 남기고 싶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인 이영희 씨(84·사진)는 경기 성남시 금토동에 있는 자신의 집과 주변 땅 5474m²를 19일 문화재청에 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 2월 기부를 결정하며 문화재청에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전통 예능 유산을 잇는 보유자와 이수자들을 위한 전수교육관을 지어달라는 것. 이 씨가 기부한 땅의 공시지가는 현재 약 54억 원이다. 그는 “비좁은 자택에서 전수 활동을 해온 예능인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해당 토지에 연면적 8246m² 규모의 수도권 국가무형문화재 예능전수교육관을 2027년까지 짓기로 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는 이 씨의 바람대로 예능인들을 위한 교육공간뿐 아니라 공연장과 전통 예능 체험공간이 마련된다.

1938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이 씨는 1958년 가야금 명인 김윤덕 선생(1918∼1978)으로부터 가야금산조를 배웠다. 1962년 대학 졸업 후 국악예술학교 교사, 서울대 및 중앙대 국악과 강사를 지내며 60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1991년 스승의 뒤를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로 지정된 그는 팔순을 넘긴 지금도 주말마다 제자 10여 명에게 가야금산조를 가르치고 있다.

늘 자신보다 제자들을 생각한 삶이었다. 그는 2018년부터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공부하는 후학들을 위해 매년 2000만∼3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에는 자택 근처의 초등학교 4곳에 4000만 원 상당의 가야금 160대를 기증했다. 그는 “죽기 전까지 후학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자꾸만 줄고 있어요. 그런데도 제게 와서 국악을 배우려는 제자들이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예뻐요. 힘닿는 데까지 이들을 밀어주고 끌어줘야죠.”

#국가무형문화재#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이영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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