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난치병 타카야수 동맥염을 앓는 고등학생 신채윤 양(18)이 투병기를 담은 에세이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한겨레출판사·사진)를 12일 펴냈다.
신 양은 병을 앓는 것이 자신의 여러 특징 중 하나라고 보고, ‘견디는 시간이 축제처럼 즐거울 수도, 난파된 배에 매달린 심정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했다.
신 양은 열다섯 살이던 2019년 병을 진단받았다. 치료제가 없어 염증 수치를 낮추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맞는 게 유일한 치료법. 한데 안과에서 “스테로이드제를 계속 복용하면 시신경이 죽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새 학기에 친구들에게 병을 고백하기까지 고민하고, 부은 얼굴을 보기가 싫어 병을 앓고 난 뒤에는 미용실도 가지 않았다.
책은 투병의 고통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혈관이 좁아지는 증상 때문에 조금만 운동해도 손발이 차가워지지만 언니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체력을 기른다. 어두운 감정만 기록하는 ‘우울노트’를 따로 만들었다. 그는 이를 통해 ‘이 상황을 똑바로 마주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했다.
발레 하는 사람부터 엄마와 언니의 얼굴, 수업을 듣는 친구들까지 A4 용지에 연필로 스케치를 하며 그림이라는 취미도 키워 나간다. 책 제목은 새 학기에 실제 자기소개를 할 때 했던 말이다. 자신의 질병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은 고통에 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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