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355점…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국내 첫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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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특별전]‘어느 수집가의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서 오늘부터 전시… 선사 토기부터 최신作까지 총망라
국보 13-보물 20점 등 걸작 즐비… 정약용 서예작품 2점도 처음 공개
사계절 정취 담은 서화 매달 교체… 겸재 ‘인왕제색도’ 내달까지 전시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전시 관계자들이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을 보고 있다. 이 작품이 국내에 전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전시 관계자들이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을 보고 있다. 이 작품이 국내에 전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바람이 불어 일렁이는 연못 위에 분홍빛 수련이 떠다닌다. 은은한 빛이 잠긴 연못을 그린 영상이 전시장 바닥에 흐르듯 재생되고, 벽에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원화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년)이 그윽한 자태를 드러낸다. 연못 영상에 나온 그림은 모네의 수련 연작에서 따왔다. 아내와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여든 무렵의 모네가 프랑스 지베르니 정원에서 얻은 위로가 관람객에게도 전해지는 듯하다.

28일 개막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에서는 모네가 말년에 그린 이 작품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이번 특별전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942∼2020)의 기증 1주년을 맞아 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했다. 선사시대 토기부터 21세기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이건희 컬렉션’ 355점을 선보인다. 지난해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전시 규모(135점)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규모가 커진 만큼 손에 꼽히는 걸작들이 다수 선정됐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1751년) 등 국보 13점과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 등 보물 20점이 포함됐다.

총 1, 2부로 나뉜 전시실은 수집가가 관람객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개념으로 구성됐다. 다과상이 차려진 거실과 두 개의 작은 방, 중정으로 이뤄진 1부는 ‘가족과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화가 자신과 부인, 아들이 단란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장욱진의 ‘가족’(1979년)과 일터에 나간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소녀를 그린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1962년)는 가족사진을 보는 듯하다.

장욱진의 ‘가족’(1979년)은 작가 자신과 부인, 아들의 단란한 모습을 표현했다(왼쪽 사진).  18세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백자 달항아리(오른쪽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장욱진의 ‘가족’(1979년)은 작가 자신과 부인, 아들의 단란한 모습을 표현했다(왼쪽 사진). 18세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백자 달항아리(오른쪽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서예작품 ‘정효자전’(1814년)과 ‘정부인전’(1814년)에도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담겼다. 당시 전남 강진에서 유배 중이던 다산이 마을 주민 정여주의 부탁을 받아 쓴 작품들로, 정효자전은 일찍 세상을 떠난 정 씨의 아들을 기렸다. ‘네가 한 번 죽음으로써 나는 아들을 잃고, 친구를 잃고, 스승을 잃었다’는 글에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슬픔이 절절이 녹아 있다.

2부는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 등을 주제로 시대에 얽매이지 않고 전시품을 자유롭게 구성했다. 15세기 후반 분청사기 3점과 현대 작가 강요배(70)가 꽃망울을 틔우려는 붉은 매화를 표현한 ‘홍매’(2005년)를 나란히 전시하는 식이다. 만들어진 시대나 형태는 다르지만, 백토를 긁은 분청사기의 거친 무늬와 캔버스에 겹겹이 덧칠한 아크릴의 질감은 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서로 닮았다.

박물관은 전시 기간 중 사계절의 정취를 담은 서화를 한 달 간격으로 교체 전시할 예정이다. 조명으로 인해 작품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여름의 인왕산을 담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28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선보인다. 6월에는 가을 정취를 담은 김홍도의 ‘추성부도’, 7월에는 박대성의 ‘불국설경’(1996년), 8월에는 이경승의 ‘나비’(1919년)가 차례로 전시된다.

기증 후 이건희 컬렉션을 가장 큰 규모로 소개하는 전시인 만큼 예매 열기가 뜨겁다. 온라인 예매는 한 달 치만 가능한데, 다음 달 관람권 4만여 장이 이미 매진됐다. 6월분 온라인 관람권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현장 관람권은 오전 10시부터 30분 간격으로 30장씩 판매한다. 8월 28일까지. 3000∼5000원.
#이건희 컬렉션#모네#궁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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