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그립다’ 표현 잘 안하는데… 그리운 사람 떠올리게 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일 03시 00분


연극 ‘돌아온다’서 만난 29년 지기 배우 김수로-강성진
김수로 “감동-코미디 섞인 작품, 보자마자 주저않고 판권 구입”
강성진 “영화-드라마서 못느끼는 카타르시스 느끼게 하는 작품”
‘돌아온다’는 이름의 식당서 그리움 품은 사람들 사연 풀어
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서 공연

29년 지기인 김수로(오른쪽) 강성진은 같이 출연한 영화, 연극만 20여 편에 이른다. 영화,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리고도 계속 
연극 무대에 서는 둘은 “연기 배우러 이 나이에 아카데미에 갈 수 없지 않느냐”며 “오래오래 배우 하고 싶은 마음에 (배우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9년 지기인 김수로(오른쪽) 강성진은 같이 출연한 영화, 연극만 20여 편에 이른다. 영화,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리고도 계속 연극 무대에 서는 둘은 “연기 배우러 이 나이에 아카데미에 갈 수 없지 않느냐”며 “오래오래 배우 하고 싶은 마음에 (배우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15년 4월, 배우 김수로(52)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연극을 만난다.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 그는 오사카 빈민촌 재일 한국인 가족의 삶을 그린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2008년)처럼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찾고 있던 터였다.

마침내 찾은 연극은 그해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 연출상을 받은 연극 ‘돌아온다’였다.》

공연을 보고 나오자마자 오랜 친구인 배우 강성진(51)에게 연락한다. “성진아, 네가 꼭 봐야만 하는 연극이 있다.” 마지막 공연 날, 강성진은 만석이던 극장에 겨우 구석의 한 자리를 얻어 연극을 관람했다.

“‘이 공연은 이렇게 느린데 왜 안 지루하지? 이렇게 비어 있는데 왜 꽉 찬 느낌이지?’ 그동안 봤던 연극과 차원이 다른 정서였어요.”(강성진)

“감동과 코미디가 잘 섞인 한국의 ‘야키니쿠 드래곤’ 같은 작품을 제작하고 싶었는데 ‘돌아온다’를 만난 겁니다. 주저 않고 판권을 구입했죠.”(김수로)

그렇게 시작된 연극 ‘돌아온다’가 7일부터 다시 무대에 오른다. 김수로가 판권을 사들여 210석의 소극장에서 다시 공연한 2018년 때와는 달리 올해 공연은 1000석 규모 대극장인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예술의전당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두 사람은 “객석이 다 안 찰까 솔직히 두렵지만 이 작품에 담긴 진심이 많은 관객들에게 통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선욱현 작가가 희곡을 쓰고, 정범철 연출가가 연출한 이 연극의 배경은 ‘돌아온다’라는 이름의 식당.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는 미신이 있는 곳이다. 무심한 듯 손님에게 막걸리를 건네는 남자(강성진 박정철)가 운영하는 식당엔 여러 손님이 찾아온다. 군대 간 아들에게 매일 편지를 쓰는 선생(홍은희 이아현), 인근 절에 새로 온 주지 스님(최영준),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김수로) 등….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낸다.

“살면서 ‘그립다’란 표현은 잘 안 쓰잖아요. 근데 이 연극을 보고 막걸리를 마시는데 ‘그리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 떠오른 분이 고3 때 돌아가신 아버지였어요. 아버지가 그립더군요. 아무래도 이 작품은 그리운 사람을 찾아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김수로)

“무대 위에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배우로 30년을 살았지만 ‘컷 연기’를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선 좀처럼 그런 감정을 느끼기 힘들거든요. 이 작품은 무대에 설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옵니다.”(강성진)

4월 29일 오후 연극 ‘돌아온다‘에 출연하는 배우 김수로(오른쪽)와 강성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함께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4월 29일 오후 연극 ‘돌아온다‘에 출연하는 배우 김수로(오른쪽)와 강성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함께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9년 지기인 둘이 처음 만난 건 20대 초반 대학생 때였다. 영화감독과 배우를 꿈꾸던 두 청년은 훗날 서로에게 은인이 되어준다. 강우석 감독의 연출부였던 강성진은 영화 ‘투캅스’(1993년)를 통해 김수로의 데뷔를, 김수로는 극단 유 소속 당시 강성진을 무대로 각각 이끌었다.

“강성진은 무대에서 훨씬 깊은 배우예요. 그 힘이 80세까지 배우 하도록 지탱해줄 겁니다. 아무리 친한들 연기가 안되면 어떻게 제 자식 같은 작품에 주인공을 시킵니까. 우정만 지킬 거면 제 배역인 ‘청년’하라고 했을 겁니다. 하하.”(김수로)

“김수로는 대중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매력적인 배우지만 제작자로서 자기의 길을 참 잘 찾았어요. ‘돌아온다’ 같은 작품을 알아보고 제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김수로 같은 제작자가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강성진)

5월 7일∼6월 5일, 4만∼7만 원.

#돌아온다#김수로#강성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