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한 사적 공간인 청와대 대통령 관저 내부와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본관이 2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대통령실과 문화재청은 일반 공개 하루 전날인 25일 오후 4시부터 4시간가량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두 곳을 사전 공개했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 10월 완공된 사저가 32년 만에, 1년 뒤 건립된 본관은 31년 만에 속살을 드러낸 셈이다.
푸른색 카펫이 깔려 있는 접견실 복도를 지나면 생활감이 느껴지는 마룻바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역대 대통령 부부와 가족들만 지내던 가장 사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역대 대통령 부부가 머문 침실은 관저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왼쪽 끄트머리에 숨어 있다.
침실 문 앞에는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고, 침실과 연결된 욕실에는 프라이빗 사우나가 설치돼 있다. 거대한 크기만큼 가구도 압도적 규모를 자랑한다. 침실과 연결된 드레스룸에는 앞뒤로 짜인 옷장 18개가 3줄로 놓여 있다.
대통령실과 문화재청은 10일 청와대 경내가 개방된 뒤에도 대통령 관저와 본관 출입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 개방 2주를 맞은 24일 기준 관람 누적 신청자 수가 543만 명에 달하는 등 관람 열기가 식지 않자 23일 국빈을 맞이하던 영빈관과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렸던 춘추관 내부를 개방한 데 이어 추가로 26일부터 본관과 관저 내부를 개방하기로 했다. 다만 관람객들은 관저 내부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관저 뜰에서 창문 너머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1층과 지하층으로 이뤄진 관저는 연면적 6093m² 규모다.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관저는 역대 대통령들이 생활한 본채와 접견 공간인 별채, 사랑채와 뜰로 구성돼 있다. 특히 관저 곳곳에는 이달 초까지 이곳에 머물던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흔적이 묻어났다. 드레스룸 앞에는 문 대통령의 반려묘 ‘찡찡이’가 사용하던 밥그릇이 놓여 있다.
전체 면적 2761m²에 달하는 본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하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의 집무 공간 면적(415m²)의 6배에 달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공간은 본관 1층 무궁화실과 인왕실, 2층 대통령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동쪽 별채 충무실 등 5곳이다.
대통령 부인의 집무실로 쓰이던 무궁화실 벽면에는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부터 김정숙 여사까지 역대 대통령 부인 11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본관 벽면에 걸린 예술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통령이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던 충무실을 지나 외국 정상 방한 당시 공동 기자회견장으로 쓰였던 인왕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가로 602cm, 세로 255cm에 달하는 화백 전혁림(1915∼2010)의 유화 ‘통영항’(2006년)을 만날 수 있다. 전 화백은 노무현 전 대통령(1946∼2009)이 사랑한 화가로, 2006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인왕실 벽면에 전시할 작품을 그려 달라는 의뢰를 받고 3개월간 작품을 완성했다. 본관 1층에 깔린 붉은 카펫을 따라 2층으로 향하는 중앙 계단 벽면을 바라보면 대한민국 지도를 그린 김식 화백(70)의 ‘금수강산도’(1991년)를 만나볼 수 있다. 청와대 개방 기간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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