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었다.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던 한국영화 중 가장 뜨거운 박수 소리를 끌어내며 기립박수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26일 오후 7시(현지시각, 한국시각 27일 오전 2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칸 영화제의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브로커’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진행됐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칸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2018)으로 최고 영예에 해당되는 황금종려상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는 심사위원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브로커’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경험이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영화제 초반부터 기대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이날 상영 전부터 팔레 데 페스티벌 앞에는 공식 상영 티켓을 구하기 위한 시네필들이 줄을 이었고, 이는 ‘헤어질 결심’ 상영 당시보다 더 많은 숫자로 작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더욱 실감하게 했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와 ‘칸 단골’인 송강호를 비롯해 배우 강동원과 가수 아이유(배우 이지은), 그리고 이주영을 보기 위한 인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엇보다 아이유를 보기 위한 K팝 팬들이 몰려들었고, 레드카펫에 그레이 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던 아이유는 이들에게 다가가 쇄도하는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최초로 공개된 ‘브로커’는 그간 보여줬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영화는 베이비박스 앞에 아들 우성을 두고 가는 엄마 소영(아이유 분)의 이야기로 시작해 고레에다 감독이 그간 다뤄온 ‘유사 가족’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성을 몰래 데려온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은 다음날 소영이 다시 아기를 찾으러 오자 자신들이 브로커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소영과 함께 우성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시작한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도 다루고 있으나, 깊이 있게 파고들진 않았고 인간에 선함에 기대 ‘유사 가족’을 이뤄가는 로드무비로 확장된다. 이전에는 기교 없이 현실적인 연출을 보여줬다면, 드라마틱한 연출이 강해졌다는 인상도 준다. 각 인물들도 양면성이 드러나지 않고 단순한 캐릭터가 대부분이며 복합적인 갈등 없이 가족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인물들이 나눈 대화들 역시도 담백하기 보다 직접적인 느낌을 남겼고, 감독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장면들로 명쾌하고 쉬우면서도 대중적인 상업영화가 됐다는 인상이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크레디트가 올라가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려퍼졌다. 이번 칸 영화제에 초청된 여타 한국영화들보다 뜨거운 반응이 실감날 만큼 큰 박수소리가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웠다. 기립박수는 약 12분간 이어졌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의 배우들과 관객들의 호응을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식은 땀이 많이 났는데 드디어 끝났다”며 “팬데믹에 영화 찍기 힘들었는데 모든 팀이 이렇게 다 함께 해주시고 영화를 정상적으로 이렇게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혀 또 한 번 박수를 받았다.
전찬일 평론가는 상영 이후 느낀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반응이 이 정도면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아주 좋은 것”이라며 “일본 감독이 만들었는데 이야기는 한류 전개”라고 평했다. 이어 “원래 영화를 심심할 정도로 담담하게 만드는 감독인데 이번엔 관계를 섞지 않았다”며 “‘어느 가족’에선 그런 관계가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데 이번에는 지나치게 (갈등을) 절제해 너무 정돈됐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복합적인데 ‘브로커’는 너무 선명하다”며 “뭔가 더 있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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