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가 2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지명되자 동료 배우들은 감격에 휩싸였다. 영화 ‘브로커’에 함께 출연한 강동원은 그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였고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을 찾은 박해일도 그를 끌어안았다.
송강호는 칸영화제에 16년간 7번이나 초청된 단골손님 같은 배우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된 게 시작이었다. 올해를 포함해 작품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건 네 번.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함께 출연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타면서 그에겐 수상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 2019년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그의 수상이 불발됐다. 칸영화제는 한 작품에는 한 종류의 상만 주는 게 관례다. 그는 2019년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내가 칸에 갈 때마다 그 작품이 상을 받는 전통이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 감독들은 송강호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었다. 봉 감독은 201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이 위대한 배우가 아니었으면 내 영화는 한 장면도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공을 돌렸다. 박 감독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자 “형제나 다름없는 가장 정다운 친구 송강호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객석에선 ‘늦깎이’ 남우주연상 주인공인 송강호를 향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 거장들의 페르소나인 송강호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송강호가 수상 소감에서 감사를 표하자 고레에다 감독은 엄지를 세우고 미소를 보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키울 양부모를 찾아주는 브로커 상현과 아이를 낳은 여성 등이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여정을 그렸다. 송강호는 상현 역을 맡았다.
폐막식이 끝난 직후 박 감독은 송강호와 나란히 한국 기자들을 만나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박 감독은 “나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 뛰어가게 되더라. 그간 많은 좋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이렇게 기다리니까 때가 온다”며 기뻐했다.
송강호의 수상은 한국 남자배우 중 처음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는 역사를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고 강수연이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에서,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에서, 김민희가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지난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남자배우는 누군가 첫 수상의 관문을 열어주길 바라는 기대가 높았다.
송강호는 이날 취재진이 ‘수상이 배우 생활에 어떤 의미로 작동하길 바라나’라고 묻자 “전혀 (어떤 의미로) 작동하지 않길 바란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좋은 작품,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등 수많은 깨알처럼 보석 같은 배우들을 대표해 받은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영예를 얻었지만 침착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할 수가 없다”며 “좋은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최고의 영화제에 초청받고 수상도 하게 될 뿐이지 상이 절대적인 가치나 목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고레에다 감독을 비롯해 박 감독과 박해일은 30일 오후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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