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구찌가 6월 7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의 협업 컬렉션을 론칭한다. 일명 ‘구찌다스’라고 불리는 이번 컬렉션의 공식 명칭은 ‘익스퀴짓 구찌(Exquisite Gucci)’. 1990년대 초반 팝 가수 마돈나가 입었던 레드 컬러 아디다스 원피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이번 컬렉션은 레트로 디자인과 밝은 컬러가 특징이며, 구찌와 아디다스의 아이코닉한 디자인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바지 한쪽 다리에는 아디다스의 삼선 문양, 다른 쪽 다리에는 구찌의 초록·빨강·초록 우븐 스트라이프가 박혀 있는 식이다. 구찌의 레인보우 플랫폼에 아디다스의 슬라이딩 슬리퍼를 적용하기도 하고 뱀부 백에 아디다스 로고를 넣기도 했다. 컬렉션이 공개되자 인터넷에서는 “미친 조합” “역대급 컬래버” “예쁜 것들끼리 만났네” 등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컬렉션을 이끈 주인공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는 최악의 실적으로 물러난 프리다 지아니니를 대신해 2014년부터 구찌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될 당시 미켈레는 로마의 의상학교를 졸업하고 니트 디자이너와 펜디 디자이너를 거쳐 구찌 액세서리 파트에서 일하던 30대 초반의 무명 디자이너였다. 미켈레의 승진을 두고 명품 업계에서는 “한물간 구찌가 이제 진짜 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미켈레는 올드하고 식상한 이미지에 갇혀 있던 구찌에 대담하고 발랄한 문양과 컬러를 도입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절제된 디자인으로 유명하던 구찌 가방에 나비, 벌, 뱀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풍성한 러플과 꽃무늬, 초록·빨강 등의 원색이 런웨이를 물들였다.
미켈레가 2015년부터 줄곧 선보이는 너드 룩, 젠더리스 룩은 MZ세대를 사로잡으며 지금까지도 트렌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혹자는 근엄하기 짝이 없던 럭셔리 브랜드의 세계를 자유분방함으로 뒤흔들어놓은 미켈레의 영감의 원천을 히피였던 그의 부친에게서 찾기도 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긴 머리에 빈티지한 의상, 가죽 부츠를 고수하는 그의 차림을 보면 실제로 옷 잘 입는 히피 같기도 하다.
미켈레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던 중국 소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갑을 닫았음에도 구찌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4% 성장한 3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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