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고뇌… 죽음의 의미… “이제 ‘나’ 아닌 ‘우리’가 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3일 03시 00분


16년만에 2번째 단편소설집 ‘저만치 혼자서’ 낸 김훈
부조리한 국가폭력의 피해자, 세상에 진입하려는 젊은이 등
벗어날 수 없는 동시대인 그려
“세계인들 양육강식서 신음… 불평등 개선 방안 생각하게 돼”

두 번째 단편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를 펴낸 김훈 소설가는 “되도록 많은 시간을 혼자서 지내려 한다. 동네 숲속에 가서 오래 앉아 있고, 오래 산책하고, 공원에 나가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을 구경하고 있다”고 했다. 문학동네 제공
두 번째 단편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를 펴낸 김훈 소설가는 “되도록 많은 시간을 혼자서 지내려 한다. 동네 숲속에 가서 오래 앉아 있고, 오래 산책하고, 공원에 나가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을 구경하고 있다”고 했다. 문학동네 제공
작가 김훈(74)은 2006년 첫 단편소설집 ‘강산무진’(문학동네)을 펴낸 뒤 이를 부끄러워했다. 이 작품은 쓸쓸하고도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나’에 대해서만 썼다며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우리’에 대해서, ‘너’에 대해서도 쓰지 못하고 ‘나’의 이야기에만 머물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났다. 그는 스타 소설가를 넘어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달 31일 출간된 두 번째 단편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문학동네·사진)는 7개 작품을 엮었다. ‘명태와 고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을 들여다본다. 9급 공무원 준비생을 다룬 ‘영자’와 최전방경계부대(GOP) 군인이 주인공인 ‘48GOP’는 청춘의 고뇌를 함께 고민한다. 젊은 신부가 늙은 수녀를 돌보는 표제작 ‘저만치 혼자서’와 70대 노인이 등장하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를 2일 서면으로 만났다.

―신간은 2020년 6월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파람북) 이후 2년 만이다. 왜 16년 동안 단편소설집을 안 냈나.

“게으름일 뿐이다. 일상 속에서 소설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순간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 순간을 모두 붙잡아놓고 거기다 이야기를 입혀 소설을 만들 수는 없었다. 단편소설은 노련한 검객이 칼 한 번 휘두른 단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단면에 수많은 삶의 무늬와 결이 퍼덕거려야 한다.”

―‘명태와 고래’와 ‘48GOP’는 부조리한 국가폭력을 다뤘다.


“두 작품은 짝을 이루는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48GOP’가 ‘명태와 고래’의 후속편인 셈이다. 이 두 작품은 1948년생인 나의 시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쟁과 분단, 그 후 전개된 남북 간 적대관계가 시대 속에 남긴 흔적을 그렸다.”

―‘영자’에서는 세상에 진입하려고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의 괴로움이 느껴진다.

“‘영자’는 시대에서 추방된 존재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내가 나에 대해서 글 쓰는 동안에도 동시대로부터 벗어날 도리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화장’(2003년)이 생각난다.


“‘대장 내시경 검사’의 주인공은 ‘화장’의 중년 사내보다 훨씬 더 늙어 있다. 이 늙은 사내는 더 이상 삶에 개입할 수 없고 다만 배웅해서 보낼 뿐이다. 죽음은 인간의 의지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가볍게 죽는 것은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딸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가 ‘오징어게임’ 제작자로 주목받았다.

“‘오징어게임’이 세계인의 공감을 받은 까닭은 국적에 관계없이 다들 약육강식과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평등 문제를 현실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은 어떤 게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김훈#2번째 단편소설집#저만치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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