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책임 프로듀서 데이비드 김 부산-오사카 사투리까지 나와 통역 등 언어 스태프 30명 넘어 공동 수석 프로듀서 이동훈 대표 시즌2 제작 확정, 집필 중이고 시즌4까지 기획 남은 얘기 많아 주인공 아버지역 호평 이대호 글로벌 프로젝트 늘어 많은 기회, 무명이라도 끝까지 포기 말기를
“스태프 중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통역사, 사투리 감수 등 언어 관련 인원이었어요. 배우가 일본어를 하는데 이게 오사카 사투리가 맞는지 조언해 주는 분이 있다고 해도 불확실성은 늘 있었죠.”(데이비드 김 ‘파친코’ 공동 책임 프로듀서)
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콘텐츠마켓 콘퍼런스에서는 준비된 60여 개 좌석이 일찌감치 동났다. 임시로 마련한 의자도 금세 차서 서서라도 들으려는 청중이 몰렸다. 이 자리에서는 ‘눈부신 한국의 대서사시’라는 호평을 받은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제작진과 배우가 촬영장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공동 수석 프로듀서로 ‘파친코’ 제작에 참여한 이동훈 엔터미디어픽처스 대표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것도, 살고 있는 곳을 옮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작은 이민 아니냐. 그래서 한국 이민자 이야기에 세계인이 공감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프로듀서와 함께 KBS 드라마 ‘굿닥터’의 미국판도 제작했다. 그는 “세계인이 공감해 주셔서 ‘파친코’ 시즌2 제작이 확정돼 수 휴 작가가 집필 중이다. 시즌4까지 기획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파친코’ 스태프 중 한국, 캐나다, 미국인이 섞여 있는 데다 한국에서 많은 분량을 촬영한 미국 드라마인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김 프로듀서는 “1920년대에 주인공 선자가 빨래하는 장면(사진)을 찍는데 미국 스태프가 당시 한국에 없던 빨래판을 갖다 놔 부랴부랴 그 소품을 빼냈다”며 “한국 역사를 충분히 공부하고 조사했음에도 익숙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굿닥터’를 촬영할 때는 프로듀서들이 촬영 현장에 거의 가지 않았는데 ‘빨래판’ 사건 이후 파친코 촬영 때는 매일 현장에 갔다”고 했다.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 부산 사투리나 일본어 오사카 사투리까지 나오는 대사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영어로 쓴 각본을 한국어로 번역한 뒤 여러 지역 사투리 코치들이 붙어 다시 꼼꼼하게 매만졌다”며 “역사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고증한 각본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 수 휴 작가가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그는 “사투리를 포함해 각국 언어를 잘 아는 믿을 수 있는 코치를 찾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바다, 갈대밭, 어시장 등 ‘파친코’에 나오는 일제강점기 조선 풍경은 기존 한국 드라마보다 생동감 있고 신비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 미술감독이어서 더 열심히 그 시대를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꼼꼼하게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파친코’처럼 한국에서는 익숙한 소재라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내면 제2의 ‘파친코’, 제3의 ‘오징어게임’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의 아버지 역을 맡아 부성애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대호와 어부 송병호를 연기한 주영호도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대호는 “‘파친코’에 참여해 정말 자랑스럽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무명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오고 있는 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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